그래픽=챗GPT 달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애플 아이폰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기준 가격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이폰 가격이 묶여 있으면 삼성전자도 갤럭시 가격을 크게 올리기 어려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이폰은 그대로인데 갤럭시만 비싸졌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올릴 경우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도 수익성 방어를 위한 가격 조정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오는 8월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Z 폴드8 출고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아이폰이 밀어 올리는 프리미엄폰 가격 기준선

22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애플이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차기 아이폰 프로 모델 가격을 약 270달러, 한화로 약 40만원 올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실제 인상폭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기능 확대에 따른 원가 부담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재 국내에서 아이폰17 프로 256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는 179만원입니다. 이 같은 폭의 인상분이 반영될 경우 아이폰18 프로 국내 출고가는 200만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습니다. WSJ도 테크인사이츠의 분석을 적용할 경우 아이폰18 프로 가격이 1299달러(약 200만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대목은 삼성전자에 중요합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요 스마트폰 가격을 일부 올렸지만,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3월 출시한 갤럭시S26 256GB 모델(일반·플러스·울트라)은 전작보다 약 9만9000원씩, 512GB 모델은 20만9000원씩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작년 7월 출시한 플립 및 폴드 제품 가격도 소폭 올렸습니다. 갤럭시Z 플립7 512GB 모델은 164만3400원에서 173만8000원으로 9만4600원 인상했고, 갤럭시Z 폴드7 512GB 모델도 253만7700원에서 263만2300원으로 9만4600원 올랐습니다.

가격은 올랐지만 인상 폭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은 제품 판매 가격에서 부품 원가, 마케팅비, 유통비 등을 제외한 차이가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핵심 부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출고가 인상폭이 10만원 안팎에 그치면 이익률 방어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MX·네트워크 사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000억원) 대비 35% 감소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가격 인상에 신중했던 배경에는 애플이 있습니다. 특히 폴더블폰은 일반 바형 스마트폰보다 출고가가 높아 아이폰과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구매 부담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삼성전자가 Z플립7(148만5000원)과 Z폴드7(237만9300원) 256GB 모델의 가격을 동결시킨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폰18 프로 가격이 오를 경우 삼성전자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갤럭시만 가격을 올리는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한 단계 높은 가격대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 원가 부담 큰 폴더블폰… 고용량 모델부터 가격 조정 가능성

갤럭시Z 폴드 시리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 중에서도 원가 부담이 큰 제품으로 꼽힙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힌지, 고성능 AP, 대용량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모두 들어갑니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강화되면서 차기 모델의 사양을 낮추기도 어렵습니다. AI 기능을 원활하게 구현하려면 더 높은 연산 성능과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AI 서버 투자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갤럭시Z 폴드8 가격 인상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 폴드8 가격을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책정할 경우 MX사업부 수익성 방어에는 도움이 됩니다. 출하량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은 매출과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본형 가격은 최대한 방어하되, 512GB와 1TB 등 고용량 모델을 중심으로 출고가를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고용량 모델은 부품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쉽고, 구매층도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실적 방어 측면에서도 중요해졌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결국 프리미엄 모델 비중을 높이고 고가 제품의 수익성을 지키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폴드형 폴더블폰은 삼성전자가 애플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표 제품군인 동시에, 높은 출고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마트폰 카테고리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플립7 국내 사전판매에서는 폴드7 비중이 60%, 플립7이 40%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북타입(폴드형) 폴더블폰 비중이 2025년 52%에서 2026년 약 6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 폴드형폴더블폰은 플립형보다 출고가가 크게 높기 때문에 폴드형 가격 인상은 매출 증가에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 인상은 양날의 검입니다. 갤럭시Z 폴드8 가격을 올리면 제품당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지만, 판매량이 줄면 전체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희석됩니다. 폴더블폰 대중화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한 선두 업체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 애플보다 먼저 나오는 '폴드8'… 삼성의 고민 깊어진다

관건은 출시 시점입니다. 갤럭시Z 폴드8은 8월 초, 아이폰18은 9월 출시가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실제 출고가를 확인하기 전에 갤럭시Z 폴드8 가격을 먼저 결정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가격을 크게 올리면 수익성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이폰18 가격 인상 폭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 소비자 저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8보다 갤럭시Z 폴드8이 한 달 정도 먼저 출시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애플의 실제 출고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며 "다만 아이폰 가격 인상 전망 자체만으로도 삼성전자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갤럭시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아이폰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에 단순한 경쟁사 전략 변화가 아닙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기준선을 다시 정하는 변수입니다. 아이폰이 가격 천장을 밀어 올리면 삼성전자는 갤럭시Z 폴드8 가격 인상 여력을 얻게 됩니다. 다만 폴더블폰 시장을 더 키워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수익성과 판매량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