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공지능(AI)은 비용이 아니라 수익이며, 컴퓨트(연산 인프라)가 곧 수익이 되는 시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6월 1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유용한 AI가 마침내 도달했다"고 했다. AI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자를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AI를 로봇과 자율주행차, 공장에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AI Factory)'로 바꾸는 것이다.
젠슨 황의 '유용한 AI' 시대 선언
황 CEO는 이날 차세대 AI 인프라 아키텍처 '베라 루빈(Vera Rubin)'의 작동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수많은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데이터를 조회하고 각종 도구를 호출하는 환경에서 베라 CPU가 작업 흐름을 조정하고 루빈 GPU가 대규모 추론과 생성 연산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AI가 더 많은 토큰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한다. 황 CEO는 "베라 루빈은 이전 보다 최대 다섯 배 빠르면서도 비용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용 AI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는 기업이 자체 데이터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개방형 모델 '네모트론3 울트라'를 공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AI)와 미디어텍이 공동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칩 'RTX 스파크'와 'N1X'를 선보였다. AI 노트북 출시 계획도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PC에서 상시 구동되는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위한 피지컬 AI 전략도 공개했다. 로봇용 기반 모델 '코스모스3', 추론형 자율주행차 오픈 모델 '알파마요2', 휴머노이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등이 대표적이다. AI가 챗봇을 넘어 자동차와 로봇, 공장 설비를 직접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제조업 표준 노리는 엔비디아 MGX
엔비디아 청사진의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실제 산출물을 생산하는 산업 인프라인 AI 팩토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AI 팩토리는 전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주요 자원인 토큰을 생산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다. 이렇게 생산된 토큰은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생산과 공정 최적화에 활용되며 실제 제조 현장의 생산 활동을 지휘한다.
이를 구현하는 플랫폼이 '컴퓨텍스 2026' 에서 공개한 MGX(Modular GPU System)다. MGX는 GPU·CPU·네트워크·전력·냉각 시스템을 하나의 공통 규격으로 묶어 AI 인프라를 모듈화한 설계 표준이다. 제조 업체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설계 기반으로 AI 팩토리를 직접 구축한다.
차세대 AI 서버인 베라 루빈 역시 MGX 생태계에서 구축된다. 루빈 GPU와 베라 CPU는 초고속 네트워크와 전력·냉각 시스템이 결합한 단일 인프라로 연결된다. 쿠다(CUDA)가 AI 소프트웨어의 표준이라면, MGX는 AI 팩토리의 하드웨어 표준을 지향한다. 이 구상에는 엔비디아가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를 연결하는 새로운 제조업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AI 팩토리 주도하는 대만 공급망
이러한 엔비디아의 구상은 대만 공급망을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표준 위에서 대만 제조 업체는 서버와 전력· 냉각 시스템을 조립하며 AI 팩토리를 양산하고 있다. 과거 주문형 PC를 조립하던 대만 EMS 기업은 AI 서버 제조 업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체를 설계·건설·운영하는 AI 팩토리 통합 사업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1위 AI 서버 업체 폭스콘은 이번 컴퓨텍스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의료 AI, 스마트 제조 솔루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선보이며 자사를 'AI 팩토리 구축 기업'으로 재정의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네모(NeMo) 클라우드(기업용 에이전트 AI 플랫폼)'를 활용한 의료용 에이전트 '코닥터 AI(CoDoctor AI)'와 누라봇(간호 및 수술 보조용 로봇)은 6월 2일 컴퓨텍스 2026을 찾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이목을 끌었다. 산업용 전력 장비 업체 델타 역시 AI 전력· 냉각 솔루션과 이동형 데이터센터를 공개했다. AI 시대의 핵심 병목이 반도체에서 전력과 냉각으로 이동하면서 델타는 'AI 혈관'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EMS 기업 전반이 데이터센터 설계, 전력·냉각 시스템 구축, 디지털 트윈 기반 생산 실현 능력을 갖추면서, 대만 경제는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가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MGX 공급망 기업… 대만 32개 vs 한국 3개
엔비디아가 공개한 AI 팩토리 MGX 생태계에 9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황 CEO는 이들을 향해 "차세대 산업혁명의 AI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별로 보면 대만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TSMC·폭스콘·델타·유니마이크론·라이트온 등 32개 기업이 참여해 서버 조립, 전력 공급 장치, 냉각 시스템, 기판(PCB) 등을 담당한다. 미국은 아날로그디바이스·마이크론·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24개 기업이 반도체 설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한다. 유럽은 ABB·지멘스·인피니언 등 13개 기업이 냉각과 산업 자동화 분야를 담당한다. 한국은 HBM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자 소재를 납품하는 두산 등 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