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12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의 최상위·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해 외국인 접속을 차단하는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논란의 중심에 SK텔레콤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와이어드는 17일(현지시각) "미 정부가 앤트로픽의 AI 모델에 수출 통제를 가한 것은 한국 통신 대기업 SK텔레콤(017670)에 미토스 모델 접근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달 15일 워싱턴포스트(WP)가 백악관이 앤트로픽이 제출한 접근 권한 부여 리스트 중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 회사'를 발견한 뒤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후속보도다. WP는 수출 차단의 결정적 계기를 야기한 회사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와이어드는 SK텔레콤을 지목했다.
와이어드는 '앤트로픽의 미토스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 통신 대기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SK텔레콤을 지목해 보도했다. 특히 와이어드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중국 2위 통신 사업자 차이나유니콤과 합작 투자사를 설립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 "백악관, 제재 전 SK텔레콤 미토스 접근권 취소 요구"… 앤트로픽 "즉시 응했다"
논란은 앤트로픽이 이달 9일(현지 시각) 사이버 보안 등 민감한 분야에서의 악용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승인받은 소수 기관과 기업에는 '미토스5'를, 일반 사용자에게는 미토스급 모델에 안전장치를 적용한 '페이블5'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앤트로픽 관계자를 인용한 와이어드 보도를 종합하면, 회사가 미토스5 이용 기관을 확대한 직후인 이달 초 백악관은 SK텔레콤이 중국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기업의 미토스5 접근 권한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앤트로픽 제재가 있기 며칠 전의 이야기다. 와이어드는 "(앤트로픽) 관계자는 회사가 즉시 (백악관) 요구에 응했고, 이때 당시에는 미국 정부가 해당 (AI)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를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미토스5를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만 초기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미토스를 기반으로, 세계 기업들이 사이버 취약점 검증과 대응 체계를 공동 구축하는 국제 협력 체계다. WP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모델 수출 금지 조치가 있기 몇 주 전 최신 모델인 '미토스5'에 대한 우선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 111곳의 명단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2일(현지 시각) 앤트로픽은 미토스 기반 보안 협의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15국 1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WP는 앤트로픽이 며칠 동안 새로운 접근 권한을 받은 기관을 밝히지 않자,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수출 통제를 통해 해당 기술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P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마침내 기관 목록을 제출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 기관이 중국과 연관 있다고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 회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우려는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정부에 페이블5 모델에서 발견한 취약점인 '탈옥(안전장치 우회 기법)' 우려를 제기하며 커졌다고 한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위험이 자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백악관으로 하여금 앤트로픽이 AI 기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행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앤트로픽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미토스 접근 권한과 아마존이 지적한 취약점은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 정부가 앤트로픽에 보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접근을 미국인으로만 제한하라는 서한에는 한국 회사나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덧붙였다. 와이어드는 백악관과 앤트로픽이 클로드 미토스와 페이블5를 다시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며칠간 협상을 벌였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은 국적에 따라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와도 관련 있어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논란이 된 두 모델을 비활성화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 SK텔레콤 "중국과 무관" 반박에도… 와이어드 "차이나유니콤 투자·합작사 설립"
백악관과 앤트로픽의 갈등을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 SK텔레콤은 지난 4일 언론에 "회사가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하며, '미토스'의 조기 접근 권한을 획득했음을 알려드린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에 여러 차례 투자할 만큼 사이가 돈독하다. 2023년에는 통신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을 위한 상업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1억달러(약 1320억원)를 투자했다.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기관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으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앤트로픽은 와이어드에 논평을 거부하고,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SK텔레콤은 앞서 보도된 WP 기사와 관련해서는 "당사는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미토스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이용 접근이 제한된 것은 13일 일괄적인 것이라 앤트로픽으로부터 별도로 연락받은 것도 없다"고 했다. 와이어드 보도에 대해서도 "앤트로픽으로부터 별도로 연락받은 게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미 정부의 앤트로픽 제재에 자사가 관련됐다는 것에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와이어드는 "SK텔레콤 자체는 중국에서 큰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회사는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 내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는 SK그룹이라는 큰 대기업의 계열사"라며 "2024년 기준 SK텔레콤의 중국 매출은 투자 관련 활동을 통해 190만달러(약 29억2695만원)에 불과했고 현지 직원은 7명뿐이었지만, 회사의 중국 통신 산업 진출 역사는 2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특히 SK텔레콤이 2004년 중국 국영 통신 사업자 차이나유니콤과 합작 투자 회사인 유니스크(UNISK)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중국에서 무선 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중국 기업과 중국 통신 사업자 간의 최초 합작 투자"라 언급했다. 또한 2006년에는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의 홍콩 상장 자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에 10억달러(1조5408억원)를 투자했고, 이는 결국 약 6.6%의 지분으로 전환된 사례도 소개했다. 해당 지분은 2009년 13억달러(2조30억원)에 중국 통신사에 되팔렸지만, 이후에도 합작 사업과 관련된 소규모 지분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SK텔레콤은 202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서 차이나유니콤에 약 1700만달러(262억원) 규모의 투자 상황을 기재했다.
와이어드는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군사 및 정보 부문과 연계된 기업들을 겨냥한 광범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차이나유니콤에 대한 미국 투자를 제한했다"며 "올해 4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통신사들이 차이나유니콤을 비롯한 중국 통신사와 연결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차이나유니콤은 최근 이러한 조치가 전 세계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실제로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모든 전자기기에 대한 중국 연구소의 인증 시험을 금지하는 안건은 물론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금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3개 통신사는 이미 미국 내 통신 산업 운영을 금지당한 바 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화웨이, ZTE 등의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사와의 상호 통신 연결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