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 5'와 '페이블 5'의 외국인 접속을 차단하면서, 중국 오픈소스(개방형) AI 모델의 확산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치로 "미국이 언제든 최첨단 AI 모델의 접근 권한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요국이 독자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정책 리스크'가 없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8일 테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에 대한 수출 금지 지침을 내린 이후 엑스(X) 등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규제가 미·중 AI 패권 경쟁의 흐름을 바꾸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기업 박스(Box)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X에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오픈웨이트 AI 모델"이라며 "주요국이 독자적인 AI 개발 노선을 구축하면서 오픈웨이트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런 모델의 상당수는 미국 외 국가에서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픈웨이트를 포함한 오픈소스 모델 시장은 딥시크, 미니맥스, 즈푸AI 등 중국 AI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 AI 산업을 키워주고 미국의 AI 경쟁 우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픈소스 AI 모델을 운영하는 중국 즈푸AI의 주가는 지난 16일 앤트로픽 최신 AI 모델의 수출 통제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에 장중 한때 48% 급등했고, 지난 17일에도 12% 이상 상승 마감했다.
오픈소스 모델은 AI 모델의 가중치와 소스 코드(설계도), 학습 데이터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AI 모델이다. 기업이 직접 내려받아 맞춤형으로 수정한 뒤 자체 인프라에서 목적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AI 모델의 가중치만 공개한 모델이지만, 오픈소스 모델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내려받은 뒤 자체 데이터로 추가 학습해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앤트로픽 '클로드', 오픈AI 'GPT 5.5', 구글 '제미나이' 등 미국 AI 모델은 설계 방식을 포함한 핵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모델이다. 사용자가 모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서비스 형태로 '접속해서 쓰는' 구조여서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미국 정부가 수출을 제한하면 기업과 개인의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현재 주요 오픈소스·오픈웨이트 모델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어, 이번 조치가 중국 AI 진영을 키워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달 초 글로벌 AI 모델 플랫폼 오픈라우터에서는 중국 딥시크의 오픈웨이트 모델 'V4 플래시'가 가장 많이 사용된 AI 모델로 집계됐다.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 다운로드 비중은 41%로, 미국산 모델(36.5%)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 큐웬(Qwen)은 연초 기준 허깅페이스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7억건을 돌파해 개발자 생태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픈소스 모델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즈푸AI는 지난 15일 최신 모델 'GLM-5.2'를 오픈소스로 출시하면서 "최첨단 AI는 소수 기업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며, 일부 규정에 따라 언제든 접근이 차단될 수 있는 형태여서도 안 된다"라며 "누구나 활용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AI 수출 통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즈푸AI가 이번 사태를 시장 확장 기회로 삼고, 최상위 요금제에 적용하려던 최신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즈푸AI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중국 6대 AI 호랑이' 기업 중 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