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차우리(Chris Ciauri)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이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앤트로픽 제공

크리스 차우리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은 17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앤트로픽 서울 오피스 개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속을 차단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 데 따른 시장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그는 "이번 (수출 통제의 배경으로 지목된) '탈옥(jailbreak)' 사례는 최근 6개월 동안 출시된 대대수의 AI 모델에서도 확인됐다"라며 "며칠 내로 미토스5와 페이블5 모델을 다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앤트로픽이 지난 주말 최고위 기술진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워싱턴에 급파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AI 수출 통제 관련 협상에 돌입했는데, 조만간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백악관의 규제로 사용이 중단된 '미토스5'는 전문가 수준의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춘 고성능 AI 모델 '미토스 프리뷰'의 기업·기관 대상 정식 서비스 버전이다. '페이블5'는 이를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다듬은 모델로, 해킹과 오용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앞서 앤트로픽은 '미토스'가 해킹 등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엄선된 기관에만 미토스 접근을 허용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출범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된 배경에는 백악관이 '미토스5'에 대한 우선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111곳의 기업 중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사'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이달 초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새롭게 합류했다.

다만 차우리 총괄은 '프로젝트 글래스윙'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공유할 내용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날 앤트로픽은 서울 사무소를 공식 개소하고 한국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차우리 총괄은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면서 "한국은 116개국 중 1인당 '클로드' 사용량이 전 세계 12위인데, 한국의 우수한 기술 인력과 개발자 생태계를 고려하면 조만간 순위가 한 자릿수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앤트로픽이 지난 3월 발표한 경제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클로드 사용량은 인구 규모 대비 기대치를 3.5배 웃돌았다.

차우리 총괄은 한국 시장 관련 구체적인 성장률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앤트로픽의 글로벌 성장세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앤트로픽의 연간환산매출(ARR)은 지난해 말 9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지난달 투자 라운드 당시 기준으로 470억달러(약 71조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런 성장세는 한국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앤트로픽은 국내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 AI 연구기관을 아우르는 한국 AI 생태계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앤트로픽이 한국 기업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앞서 진출한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오픈AI와의 차별점을 질문에 차우리 총괄은 "앤트로픽은 설립 초기부터 AI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고,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주력해왔다"며 자사 AI 모델의 기술적 우위와 기업용 시장에서의 강력한 위치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앤트로픽이 몇 주 전 출시한 '오퍼스 4.8'는 주요 벤치마크 기준으로 현 시점 최고 성능의 모델이고, 4월 초 공개한 '미토스 프리뷰'는 우리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모델로, 차원이 다른 보안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먼저 사용해본 고객사들로부터 받았다"이라며 AI 모델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기업용 AI 시장에서 앤트로픽의 점유율이 올해 1월 기준으로 40%를 기록했는데, 최신 수치를 반영하면 이보다 높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로고 / 센서타워

한국에서는 네이버, LG CNS, 넥슨,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앤트로픽의 대표 AI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와 기업용 AI 서비스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전체 엔지니어링 조직에 클로드 코드를 전면 도입했다. 개발자 수천명이 클로드 코드를 사용 중인데,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입 사례라고 앤트로픽 측은 밝혔다. 넥슨의 엔지니어링 조직도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게임 코드 작성과 검토, 배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LG CNS가 이달 초 앤트로픽과 '클로드 엔터프라이즈'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LG CNS는 전사 임직원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 사용할 수 있도록 클로드를 개방했고, 향후 LG그룹 전반에 걸쳐 클로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AWS 베드록을 통해 임직원에게 클로드를 제공하고 있고, 삼성SDS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클로드를 도입하고 있다.

이밖에 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 채널코퍼레이션 등과 협력해왔다.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는 "국내 기업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각 산업별로 전문성을 갖춘 전담 조직을 꾸리고 클로드의 한국어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과 삼성SDS·LG CNS 등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안정적인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앤트로픽은 AI 모델을 기업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AWS, 구글 클라우드, MS 등 하이퍼스케일러와 협력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인프라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우리 총괄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앤트로픽 제공

앤트로픽은 지난 2021년 다리로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오픈AI 출신 연구진 7명이 설립한 AI 기업이다. 대표 AI 모델 '클로드'를 중심으로 기업 시장을 집중 공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회사는 올 가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달 진행한 시리즈 H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달러(약 97조원)를 유치했다. 이번 자금 조달로 기업가치가 기업가치가 9650억달러(약 1445조원)로 평가되면서 경쟁사인 오픈AI의 기업가치 평가액(8520억달러)을 처음으로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