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반도체 기판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스마트폰 통신용 기판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메모리와 AI 서버용 고부가 기판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2031년 패키지솔루션사업을 영업이익 1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전무)은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테크데이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열리는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2031년까지 패키지솔루션사업을 영업이익 1조원 규모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패키지솔루션사업은 LG이노텍의 대표적인 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패키지솔루션사업 매출은 1조7200억원으로 전년(1조4600억원) 대비 약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8억원에서 1289억원으로 82%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19%에 달한다.
LG이노텍은 이날 RF-SiP, FC-CSP, FC-BGA 등 3대 반도체 기판 제품을 공개했다. 회사는 5G 통신 확산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고사양화, 메모리 업사이클, AI·빅데이터 시장 성장에 따라 관련 기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F-SiP는 전력증폭기(PA), 칩셋 등 무선통신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통신용 반도체 모듈에 사용되는 기판이다. LG이노텍은 2011년 세계 최초로 코어리스(Coreless) RF-SiP 기판을 양산한 데 이어, 구리 기둥(Cu-Post) 공법을 업계 최초로 적용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RF-SiP 기판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8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C-CSP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기판이다. 최근 AI 시장이 학습형 AI 중심에서 추론형·에이전틱 AI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FC-CSP 적용 영역도 모바일 AP를 넘어 메모리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명세호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개발담당(상무)은 "FC-CSP 기판은 기존 메모리 기판 대비 전기적 특성과 고집적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성능 향상에 유리하다"며 "기존 메모리 기판을 FC-CSP로 대체하는 것이 업계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최근 GDDR7용 FC-CSP 기판 수주에 성공했으며,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착공하는 베트남 반도체 기판 공장에서 RF-SiP와 FC-CSP 생산능력을 우선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는 FC-BGA다. FC-BGA는 PC와 AI 서버,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에 탑재되는 CPU와 GPU, AI 가속기용 고성능 기판이다. 모바일용 FC-CSP보다 면적이 최대 18배 이상 크고 층수도 16~22층에 달해 제조 난도가 높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구미에 전용 생산라인인 '드림 팩토리'를 구축했다. 현재 PC 칩셋용 FC-BGA를 양산 중이며, 올해 3분기부터 PC CPU용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버 네트워크용 FC-BGA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AI 서버용 CPU·GPU 및 AI 가속기용 FC-BGA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정호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마케팅담당(상무)은 "추론형 AI 시대에는 GPU뿐 아니라 CPU와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로 CPU용 FC-BGA 공급 논의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이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공장을 중심으로 RF-SiP와 FC-CSP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FC-BGA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에서는 향후 RF-SiP, FC-CSP, FC-BGA를 모두 생산할 예정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인텔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지난해 54억2000만달러에서 2032년 95억48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0.6%에 달한다.
조 전무는 "엣지 컴퓨팅과 방산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한 FC-BGA를 지속 개발하고 신규 고객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FC-BGA 사업을 회사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