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해 외국인 접속을 차단하는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발단에는 백악관이 접근 권한을 부여한 기업 중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회사(South Korean telecommunications company)'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각)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AI 모델을 강제로 서비스 중단시키기 몇 주 전부터 수출 통제를 검토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WP는 특히 앤트로픽이 중국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와 기술을 공유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모델 수출 금지 조치가 있기 몇 주 전 최신 모델인 '미토스5'에 대한 우선 접근 권한을 부여 받은 기관 111곳의 명단을 제출했다고 한다. 앤트로픽이 미토스5 기술이 해커의 공격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후, 전 세계 기업들이 이 기술을 앞다퉈 원하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목록을 검토하고 승인했다.
이후 앤트로픽은 약 50개 기관이 추가로 접근 권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이 며칠 동안 새로운 접근 권한을 수령한 기관을 밝히지 않자,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수출 통제를 통해 해당 기술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WP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앤트로픽이 마침내 기관 목록을 제출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 기관이 중국과 연관 있다고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 회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앤트로픽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앤트로픽이 해당 기관의 미토스 접근 권한을 즉시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현지시각) 앤트로픽은 미토스 기반 보안 협의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15국 1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당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관으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유플러스와 KT는 미토스 접근 권한을 허용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WP 보도가 언급한 한국 통신사가 SK텔레콤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회사가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하며, '클로드 미토스'의 조기 접근 권한을 획득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에 전략적 투자를 해온 만큼 두 회사의 사이는 돈독하다. SK텔레콤은 2023년 8월 1억달러(약 1320억원)를 앤트로픽에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했다. 양사는 통신사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SK텔레콤은 앤트로픽의 후속 투자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SK그룹이 서울 코엑스에서 연 SK서밋 행사에 벤 만 앤트로픽 공동창업자가 직접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SK텔레콤은 WP 보도는 자사를 지칭한 것도 아니며, 이번 건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토스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이용 접근이 제한된 것은 13일 일괄적인 것이라, 별도로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앤트로픽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차단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나눈 대화가 이번 조치의 발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재시 CEO가 아마존 연구진이 앤트로픽의 페이블5 모델에 연이어 질문을 입력해, 원래 제공하지 않도록 제한된 사이버 공격 관련 정보를 끌어낸 것을 미 당국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WP는 "백악관이 국가 안보 권한을 동원해 미국의 주요 AI 기업인 앤트로픽의 핵심 제품 철수를 강제한 것은 첨단 AI 모델의 개발 및 유통에 직접 개입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 정부의 감독에 새로운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