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나스닥에 지난 12일(현지시각) 상장했다.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20% 가까이 급등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2030년에 매출 1조달러(약 1360조원)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스페이스 X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리서치기업 CFRA는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 고평가 논란에 매도의견까지 등장
키스 스나이더 CFRA 수석분석가는 2조달러를 웃도는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에 맞추려면 AI가 희화화될 정도로 과도한 성장을 해도(almost comical growth for AI) 부족하다며 시장의 지나친 낙관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회사가 인수합병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스페이스X 기업 가치의 71%를 차지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CFRA는 스페이스X에 대해 지나치게 야심찬 성장 전략, 높은 기업 가치 기대, 막대한 자본 투입 부담 등을 이유로 매도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15달러(17만4000원)를 제시했다. 이는 12일 스페이스X의 종가(160.95달러)보다 28.5% 낮은 금액이다.
포천은 15일 스나이더 수석분석가의 분석과 함께 현재 xAI의 생성형 AI 모델 '그록(Grok)'의 무료 버전을 이용하는 1억1700만명 중 유료 가입자는 1.6%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2025년 챗GPT 유료 사용자 비율인 약 5%와 비교되는 수치다. AI 도입 추적 기관 램프(Ramp)에 따르면, xAI의 기업 도입률은 3%에 그치는 반면, 앤트로픽과 오픈AI는 각각 40%에 달한다. 유료 가입자 확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카일 포야르 벤처캐피털 오픈뷰의 전 운영 파트너는 "사용자들이 그록을 매주, 혹은 이상적으로는 매일 꾸준히 사용하지 않는한, 해당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앤트로픽은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무료서비스를 효과적인 (유료화) 진입로로 활용했다"고 했다. 비닛 쿠마르 퍼듀대 교수는 "기업이 무료 서비스를 많이 제공할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서비스에 가입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무료 서비스에 너무 관대하면 사용자들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이유가 줄어든다"고 했다.
◇ 목표는 AI 모델 '그록' 아닌 궤도 컴퓨팅 인프라 구축
다만, xAI의 전략을 오픈AI나 앤트로픽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AI 서비스 자체의 유료 구독과 기업 판매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반면, xAI는 X, 테슬라, 스타링크 등 일론 머스크 생태계와 AI를 결합해 장기적인 플랫폼 가치로 키우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유료 가입자 비율이나 기업 판매로만으로 xAI의 장기 가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월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했을 당시 합병 회사의 기업 가치는 약 1조2500억달러(1890조원)로 평가됐다. 공식적인 인수 이유는 AI 사업 가속화였지만, 실제 목적은 소비자용 챗봇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스페이스X에 그록은 여전히 적자를 내는 부수적인 프로젝트에 불과한 상황이다. 회사의 진정한 목표는 인프라 구축이다. 실제로 xAI는 자사의 거대언어모델(LLM) 그록을 개발하기 위해 '콜로서스1'과 같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지만, 스페이스X는 상장신고서에서 앤트로픽과 구글과의 계약을 명시하며 자사 모델 뿐 아니라 외부 기업을 위해서도 데이터센터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지난달 초 앤트로픽에 테네시주 멤피스의 '콜로서스1' 데이터센터 GPU 22만 개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이어 스페이스X는 구글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1만개를 비롯해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로 구성된 연산 자원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머스크의 큰 그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확장성이 뛰어난 AI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고, 그 다음 이를 궤도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상장신고서에서 xAI를 'AI 부문의 기반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우주와 통신 사업을 결합하는 수직통합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최대 100만기의 AI 데이터센터 위성을 활용한 궤도상 컴퓨팅 인프라 구축 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가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 계속되는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그럼에도 스페이스X의 현 기업가치가 지나치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달 10일 공매도의 대가 짐 카노스는 "향후 5년을 합리적으로 가정해도 1조7500억달러(2647조원)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희망과 꿈(hopes and dreams)'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달 1일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를 약 7800억달러(1180조원)로 추정하며 더욱 보수적인 접근을 했다.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에 대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xAI를 편입한 이후 AI 사업의 경제적 해자(moat)와 장기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리서치 업체 뉴 컨스트럭트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CEO가 스페이스X의 현재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향후 약 1조1000억달러(1664조원의 매출과 2480억달러(375조원0의 순이익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187억달러(28조원), 순손실 49억달러(7조4000억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