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업스테이지 미디어 데이'에서 '업스테이지 컴퍼니' 출범을 알리고 있다. /심민관 기자

"'업스테이지 컴퍼니'의 탄생은 국내 최초로 강력한 인공지능(AI) 모델과 에이전트, 그리고 모두가 쓰는 플랫폼을 하나로 잇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기업을 위한 AI를 넘어 모두를 위한 AI 시대를 열어가겠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업스테이지 미디어 데이'에서 업스테이지 컴퍼니 출범을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SOLAR)'를 기반으로 기업 고객 중심의 AI 사업을 키워온 업스테이지가 포털 '다음'과 범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타임리'를 앞세워 종합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업스테이지 컴퍼니는 업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최근 인수 절차를 마친 포털 다음 운영사 AXZ, 범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타임리로 구성된다.

◇ "유니콘 됐지만, 수익성 약하고 외부 자금 의존도 높아"

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200여 개 이상 기업이 업스테이지 AI를 도입 중"이라며 "2026년 상반기 신규 계약액이 이미 전년도 전체 실적을 넘어섰다"고 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국민성장펀드 첨단전략기금 1000억원 투자를 포함해 누적 투자금 약 7300억원을 유치하며 국내 AI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로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스테이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여전히 혹독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업스테이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수익(매출)은 248억원으로 전년 139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비용은 553억원에 달해 매출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그 결과 영업손실은 305억원, 당기순손실은 284억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본업만으로는 아직 매출을 키울수록 비용 부담이 더 크게 드러나는 구조다. 특히 매출채권 69억원 중 44억원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점은 매출의 질과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202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41억원으로, 전년 마이너스 319억원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그럼에도 회사의 현금 보유액이 1004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 때문이 아니라 6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덕분이었다. 누적 결손금도 914억원까지 불어났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업스테이지는 'AI 기대주'라는 시장의 평가와 달리, 현재 재무제표상으로는 기술력의 사업화보다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해 버티는 단계"라고 했다.

◇ 솔라·에이전트로 업무 자동화 시장 공략

김 대표는 한국 AI 산업의 기회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응용 서비스까지 모두 갖춘 AI 강국"이라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도 전략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AI 접근성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한국형 소버린(주권) AI를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독자 파운데이션 AI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중인 오픈소스 모델 '솔라 오픈2' 프리뷰 버전은 AI 성능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지수(AAII)에서 44.4점을 기록했다"며 "이 수치가 앤트로픽 '클로드 소넷 4.6', 오픈AI 'GPT-5' 수준의 성능"이라고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에이전트 역량에서 성과를 냈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솔라 오픈2 프리뷰 버전은 에이전트 성능을 평가하는 타우2-벤치 기준 98%를 기록했다. 이는 딥시크 'V4 프로'(96.2%)를 웃돌고 앤트로픽 '페이블 5'(98.5%)에 근접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 모델 성능에서 실제 업무 적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는 여전히 수작업이 많다"며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서는 모델 하나의 성능보다 여러 에이전트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업스테이지는 업무의 각 단계를 레고 블록처럼 조합해 자동화할 수 있는 절차형 에이전트 플랫폼 '업스테이지 스튜디오'를 운영할 것"이라며 "자율형 에이전트와 절차형 에이전트를 결합해 기업 업무 자동화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 타임리로 업무 에이전트 확산… 다음은 'AI 포털'로 재편

업무용 AI 에이전트인 타임리는 '1인 1에이전트' 시대를 겨냥한다. 김대환 타임리 대표는 "별도 코딩 없이 클릭 한 번으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어 누구나 자신만의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며 "개인의 AI 활용 경험을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타임리는 솔라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이미지·영상 생성, 문서 변환 등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통합 제공한다. 현재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약 600개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이 별도 개발 인력 없이 AI 에이전트와 업무 자동화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포털 다음은 AI 포털로 재편된다. 이건수 AXZ 대표는 "업스테이지 AI 모델과 다음의 검색 데이터, 주간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AI를 결합하겠다"고 했다. 기존 포털이 키워드 검색 결과를 링크로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맥락을 파악해 답을 정리해주는 '하이브리드 검색'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다음 페이지 안에서 기사를 읽다가 AI와 맥락 기반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기능도 준비 중"이라며 "사용자가 여러 페이지를 오가며 정보를 찾는 대신,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해 답변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인 'AI 오버뷰' 기능을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성훈 대표는 업스테이지 IPO(기업 공개)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 때부터 회사가 잘 될 것으로 생각했고 항상 IPO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 방향에 대해선 내부에서 많은 토론이 있기 때문에 추후 결정되는대로 공개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