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사재를 털어 8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33만8917원으로, 지난 5월 19일 공시한 자사주 취득 계획의 이행이다. 이로써 곽 회장은 2023년 이후 누적 645억원(71만6055주)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지분율은 33.59%로 높아졌다.
이번 매입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반도체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생산에 필수적인 TC 본더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HBM4 양산용 'TC 본더 4'와 'TC 본더 4.5' 장비 공급을 이어가는 한편, 올해 말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프로토타입 출시와 내년 상반기 '와이드 TC 본더' 출시도 준비 중이다.
성장 모멘텀도 뚜렷하다. 한미반도체는 이달 12일 스페이스X에 5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테슬라·xAI용 AI 반도체 자체 생산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추진 중인 '테라팹' 프로젝트에 선제 베팅한 것이다. 1190억 달러(약 177조원) 규모로 계획된 테라팹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생산 반도체의 약 80%는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데이터센터에, 나머지는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옵티머스 로봇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말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법인 '한미USA'를 설립하고 현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기술 지원에 나선다. 마이크론·SK하이닉스·앰코테크놀로지·인텔 등이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지원을 등에 업고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에 발맞춘 행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의 의지이자 테라팹 공급 목표에 따른 성장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