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와 그윈 샷웰 COO./챗GPT

"스페이스X의 운영, 성장, 전략 수립에 있어 수년간 실질적인 책임을 진 인물."(포천)

"스페이스X의 달 착륙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드는 여성."(파이낸셜타임스)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약 2690조원)를 인정받고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이번 기업공개(IPO)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성공은 단순히 머스크의 천재성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습니다.

스페이스X를 실질적으로 성장시킨 숨은 실세로 1963년생 여성 리더인 그윈 샷웰(Gwynne Shotwell)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머스크가 불가능해 보이는 화성과 재사용 로켓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면, 샷웰은 그것을 계약과 조직, 생산과 발사 시스템으로 현실화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샷웰 COO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의 얼굴이라면, 샷웰은 스페이스X를 실제로 움직이는 엔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때때로 어떤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듯,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해낼 수 없었을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잡스에게 팀 쿡 CEO와 같은 노련한 경영자가 큰 도움이 됐다"며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팀 쿡과 같은 경영자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스페이스X에서는 샷웰이라는 경험 많은 2인자를 영입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윈 샷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로이터뉴스1

◇ 샷웰, 실적 없던 스페이스X에 11번째 직원으로 입사

샷웰 COO가 머스크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입니다.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한 직후였고, 스페이스X는 사실상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샷웰 COO는 항공우주 기업 마이크로코즘(Microcosm)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고, 스페이스X 초기 멤버였던 한스 쾨니히스만의 소개로 머스크를 만나게 됐죠. 이들의 만남은 샷웰 COO가 머스크에게 "전담 사업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머스크는 곧바로 샷웰에게 합류를 제안했습니다. 샷웰은 2002년 스페이스X의 사업 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합니다. 회사의 11번째 직원이 된 것이죠.

당시 스페이스X는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회사였습니다. 제대로 된 발사 실적이 없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정부 기관과의 신뢰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죠. 하지만 샷웰은 기존 항공우주 산업이 지나치게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머스크의 비전이 이러한 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샷웰 COO는 훗날 첫 만남을 회상하며 "무서울 정도로 강렬했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물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샷웰 COO는 지금은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엔지니어인 로버트 샷웰과 결혼해 살고 있지만, 스페이스X에 합류했을 당시 이혼 과정 속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을 정도로 심적으로 복잡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성과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스페이스X가 지속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도 샷웰 COO의 역할이었습니다. 특히 NASA와의 계약, 정부 기관과의 관계, 고객사 유치, 발사 운영 체계 구축 등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실제로 2008년 NASA의 상업 보급 계약(CRS)을 따내며 스페이스X가 생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데에도 샷웰 COO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임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샷웰 COO는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사업화, 스타링크 확대, 정부 계약, 대규모 발사 운영 체계 구축을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인물입니다. 실제로 NASA는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X)를 인수한 뒤 스페이스X의 운영이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당시 NASA 국장이었던 빌 넬슨은 샷웰 COO와의 면담 이후 "나는 샷웰 COO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소를 지었다"며 안도했다고 합니다. IPO 준비 과정에서도 샷웰 COO의 존재감은 커졌습니다. 외신들은 투자자들이 머스크만 보는 것이 아니라 IPO 이후에도 스페이스X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샷웰 COO가 있는 셈이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연합뉴스

◇ "머스크가 비전 제시자라면, 샷웰은 실행가"

머스크 역시 공개적으로 샷웰 COO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과거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에서 자신의 시간 80~90%를 엔지니어링과 설계에 쓰고 있는데, 샷웰 COO가 회사의 사업 운영을 맡고 있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샷웰 COO 역시 머스크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샷웰 COO는 인터뷰에서 "나는 일론과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중적인 이미지와 달리 머스크를 "사실 굉장히 웃긴 사람"이라고 묘사하기도 합니다. 샷웰 COO는 머스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사람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게 만든다는 점을 꼽으며 "사람이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가게 만든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극단적인 목표 설정과 빠른 실행 속도로 유명한 스페이스X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한 스페이스X 직원 역시 "머스크가 비전 제시자라면, 샷웰 COO는 일을 완수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 여성공학자의 길 걷기로 결심… "스페이스X에 가치 더하고 싶다"

샷웰 COO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뇌외과의사 아버지와 예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시카고 북부인 리버티빌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 우등생으로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부터 우주광은 아니었습니다.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시청했는데, 향후 해당 장면이 오히려 "지루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샷웰 COO의 인생을 바꾼 계기는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데려간 여성공학자협회 행사였습니다. 샷웰 COO는 이 자리에서 만난 여성 기계공학자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샷웰 COO는 미 노스웨스턴대에서 기계공학 학사와 공학과학·응용수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에서 근무했고, 이후 항공우주 연구 기관인 더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으로 옮겨 위성·우주 시스템 관련 연구와 열해석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마이크로코즘에서 사업 개발과 우주 시스템 사업을 담당하며 기술과 사업 역량을 동시에 쌓았습니다.

샷웰 COO는 지난 2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늘 그래왔듯 시간이 지나며 계속 변할 것"이라며 "일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렇게 회사에 가치를 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머스크에 대해 "그는 내가 일할 수 있는 자유와 유연성을 준다"며 "업무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나는 그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