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는 8월 13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홈페이지 캡처

넥슨의 대표 캐주얼 지식재산권(IP)인 '크레이지파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버블파이터'가 잇따라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게임을 정리하려는 넥슨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경쟁사들이 캐주얼 게임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넥슨도 오랜 기간 쌓아온 IP 자산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오는 8월 13일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1년 출시 이후 약 25년 만이다. 크레이지파크 IP 기반 슈팅 게임인 버블파이터도 이달 24일 서비스를 마칠 예정이다.

크레이지파크 IP 기반 게임들은 최근 잇따라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다. 2004년 출시된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는 2023년 3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현재 서비스 중인 크레이지파크 IP 기반 게임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유일하다.

서비스 종료 소식이 이어지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크레이지파크가 단순한 장수 IP가 아니라 2000년대 초반 넥슨을 국민 게임사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 캐주얼 IP로 꼽히기 때문이다. 당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이던 게임 시장에서 쉬운 조작과 짧은 플레이 시간, 낮은 진입 장벽을 앞세워 라이트 유저를 끌어들였고, 넥슨 성장의 핵심 축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회장. /넥슨 제공

업계에서는 넥슨의 이 같은 결정이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 취임 이후 강화된 효율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쇠더룬드 회장은 지나치게 확장된 게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모든 프로젝트를 재검토해 수익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 남기고 일부는 추가 투자, 일부는 구조 개편, 일부는 취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게임은 장수 IP라고 해도 이용자 감소와 매출 하락이 이어지면 서비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서버 운영과 보안, 고객 지원, 콘텐츠 업데이트 등에 비용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용자 규모가 줄면 운영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아지고, 서비스를 이어갈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크레이지파크 IP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고 본다. 넥슨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크레이지파크 IP 기반 작품은 '카트라이더 클래식' 하나뿐이다. 다만 카트라이더 클래식 역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넥슨의 행보와 달리 최근 주요 게임사들은 캐주얼 게임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확대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캐주얼 게임 개발사 리후후를 인수했고, 국내 캐주얼 게임 개발사 스프링컴즈에도 투자했다. 엔씨는 2030년까지 캐주얼 게임 매출 비율을 3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크래프톤 역시 캐주얼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넵튠 지분을 확대하며 하이브리드 캐주얼 시장 진출을 강화했고, 올해는 넵튠과 함께 총상금 500만달러(약 75억원) 규모의 글로벌 캐주얼 게임 공모전을 열어 신규 IP 확보에도 나섰다.

주요 게임사들이 캐주얼 게임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비 부담과 글로벌 확장성이 있다. 대형 MMORPG에 비해 개발 기간과 비용 부담이 작고, 짧은 플레이 시간과 쉬운 조작을 앞세워 해외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도 수월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게임은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다시 주목하는 분야이고, 크레이지파크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캐주얼 IP인 만큼 넥슨이 쉽게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게임 서비스 종료와 별개로 캐릭터와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