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가 환차익 특수에 남몰래 웃고 있다. 크래프톤은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때마다 순이익이 약 613억원 증가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특성상 달러 강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고, 해외 매출 비중도 큰 만큼 환율 수혜를 볼 수 있다.

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이 출시 83일 만에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달성했다./펄어비스 제공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1519.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20거래일째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장중 1559.5원으로 치솟았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 초 14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경기 불확실성에 더해 중동 불안으로 인해 원화 약세 요인이 강해졌다.

통상 원화 약세는 대다수 국내 기업에 부정적이지만, 일부 게임사는 환차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매출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며, 지식재산권(IP) 특성상 원자재 가격 변동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업계 수출액은 85억346만달러(약 11조5985억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의 60.4%를 차지한다.

이에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는 게임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환율 효과로 실적이 더욱 확대된다. 판매량에 변화가 없더라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크래프톤,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은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수혜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매출 3285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26배 급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출시한 '붉은사막'이 서구권 중심으로 흥행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94%에 달했는데, 매출 대부분이 달러와 유로화로 발생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외화 자산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펄어비스의 1분기 외화 자산은 원화 환산 기준 5488억원으로, 이 중 91%가 달러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세전 총포괄손익이 약 232억원 증가할 것이라 밝혔다. 강달러 기조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환율 효과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3714억원, 영업이익이 561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은 해외 퍼블리싱 파트너로부터 로열티 형식으로 수익을 거두는 비중이 높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이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되는 점도 환율 상승 효과를 키웠다.

실제 크래프톤은 1분기 보고서를 통해 고환율 영향으로 해외 법인 실적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527억원의 해외사업 환산 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당기손익이 약 613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049억원, 영업이익이 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6%, 25.1%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더블유게임즈는 매출 전액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더블유카지노' '더블다운카지노' 등 IP는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아이게이밍 자회사 슈퍼네이션도 영국과 스웨덴 등에서 외화 기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에 환율 상승이 원화 환산 실적 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더블유게임즈는 보유 현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 부채 부담도 크지 않다. 실제 회사는 1분기 외환차익 55억원, 외화환산이익 117억원을 기록하며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