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에 대한 외국인 접속을 전면 차단한 배경에 앤트로픽의 핵심 투자사인 아마존의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 연구원들이 앤트로픽의 '페이블5' 모델에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는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정부 관계자에 알렸고, 이를 계기로 미 정부가 차단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최종 승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렸다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페이블5는 사이버 보안이나 생화학 무기 관련 명령을 차단하도록 설계됐으나, 아마존 연구원들은 일련의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미 정부 보안 인력이 이를 검증한 뒤, 외국 정부·기업·개인의 해당 모델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 정부는 지난 12일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모든 외국 국적자의 접속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 앤트로픽은 지침 준수를 위해 일단 모든 이용자의 해당 모델 접속을 중단했으며, 우회 가능성 주장은 오해라고 반박하면서 서비스 복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 측은 "클라우드 제공사로서 정부가 잠재적 보안 위험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면서도 "논의의 구체적 내용은 공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아마존과 앤트로픽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앤트로픽에 총 13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한 핵심 주주이면서도, 올해 들어 경쟁사인 오픈AI에 최대 500억 달러(약 75조 원) 투자를 약정하는 등 AI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순수한 안보 판단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케이트 코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연구실 부실장은 "안보상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앤트로픽에 대한 백악관의 반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도 앤트로픽과 국방부 등 미 행정부 간 소송전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모델 안전성에 관한 것"이라며 정치적 배경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