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이 값비싼 귀금속 촉매 없이 니켈만으로 분자 내 원하는 위치에 붕소를 선택적으로 부착할 수 있는 화학 합성법을 개발했다. 의약품 후보물질과 기능성 유기분자의 설계 자유도를 대폭 높일 수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UNIST는 화학과 홍성유 교수·로드 얀우브(Jan-Uwe Rohde) 교수 공동 연구팀이 말단 알카인에 붕소를 선택적으로 부착하는 니켈 촉매 기반 반응법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촉매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에 지난 4월 게재됐다.
알카인은 두 탄소가 삼중결합으로 연결된 분자로, 여기에 붕소를 결합하면 다른 분자와 쉽게 이어붙일 수 있어 의약품·전자재료 합성의 핵심 중간체로 활용된다. 문제는 기존 합성법이 붕소를 분자 끝 탄소에 붙이는 방향으로만 반응이 진행돼 만들 수 있는 중간물질 구조에 제약이 컸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알카인의 삼중결합 하나를 열어 두 탄소에 수소와 붕소를 각각 붙이되, 붕소를 분자 안쪽 탄소에 선택적으로 위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니켈이 붕소가 들어갈 자리를 임시로 점유했다가 붕소가 투입되면 자리를 내어주는 방식으로 반응이 진행된다.
연구팀은 이 합성법으로 얻은 중간물질을 항암제 '벡사로텐' 합성 경로에 적용하고, 알카인 계열 약물 '파르길린'의 구조를 변형한 유도체 합성에도 성공해 실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합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니켈 중간체를 직접 관측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전자상자성공명분광법(EPR)과 수소 원자 하나보다 작은 질량 차이도 구분할 수 있는 고분해능 질량분석법을 동원해 중간체를 포착했으며, 계산화학 분석을 통해 붕소가 안쪽 탄소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원리도 규명했다.
홍성유 교수는 "귀금속 촉매에 의존하지 않고 저렴한 니켈로 알카인의 원하는 위치에 붕소를 부착할 수 있음을 보인 사례"라며 "의약품 후보물질이나 기능성 유기분자의 합성 경로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집단연구 ERC과제 및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