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한 17분짜리 홍보 영상에서 우주 발사체와 위성통신, 인공지능(AI) 사업을 아우르는 '우주 기반 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우고, 소행성 채굴과 달·화성에서의 에너지 생산, 화성 이주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 최초로 '우주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 네스나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 수석 로봇 공학 책임자는 공상과학(SF) 소설을 연상시키는 머스크의 우주 비전에 대해 "매우 야심찬 목표"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방한한 네스나스 책임자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비전가(visionary)이고 그동안 스페이스X를 통해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인류의 화성 이주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목표를 실현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달·화성에 기지를 구축하고 암석 등을 운반해야 하는데, 아직 로봇이 정교한 시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을 만큼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실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구상의 인프라도 아직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대부분 건설하고 있다"며 "현재 기술로는 초기 우주 인프라 일부는 구축할 수 있겠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로봇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주 탐사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AI와 로보틱스(로봇공학)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데다, 스페이스X 상장을 기점으로 향후 우주 산업 관련 투자가 활발해질 경우 영화에서나 보던 대우주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스나스 책임자는 "앞으로 인간과 로봇은 더 긴밀하게 협력해 달에 기지를 세우고, 화성과 심우주(deep space) 항해에 나설 것"이라며 "AI는 우주선과 로봇의 '자율 탐사' 역량을 키워 인류가 지금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을 탐사할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JPL에서 달 뒷면의 표면 샘플을 채취해 귀환하는 달 탐사 로봇(로버) 미션인 '인듀어런스' 사전 프로젝트에서 자율 주행 부문을 이끌고 있고, 로봇·자율 시스템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NASA와 민간 기업들은 우주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AI를 탑재한 우주선과 로버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더 효율적이고 자율적으로 탐사하고, 우주비행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강력한 도구로 거듭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우주 탐사에서 AI가 중요한 이유는 달, 화성,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 등 낯선 환경에서 탐사선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에 대응해 임무 완수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JPL의 '인듀어런스' 달 탐사 사전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었다. 달의 뒷면에 미국 크기 만한 거대한 충돌 분화구 '남극-에이킨 분지'에서 토양, 암석 등의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문제는 달의 뒷면은 밤에는 기온이 섭씨 영하 22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환경이라 인간이 직접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햇빛이 잘 들어 인간이 생활하기 유리한 남극에 달 기지를 세우고, 밤이 길고 해가 잘 들지 않는 분지 안쪽에는 샘플을 수집할 로버를 보내는 식으로 업무를 배분해야 한다. 로버가 수집한 샘플을 남극 기지로 운반하면, 우주비행사들이 이를 우주선에 실어 지구로 가져오게 된다.
네스나스 책임자는 "로버는 달 표면에서 대한민국의 전체 둘레 길이에 달하는 2700㎞를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달의 환경을 학습한 AI 시스템을 탑재한 로버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위험 요인을 사전에 예측하면서 달의 거친 지형을 안정적으로 자율주행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AI를 활용하면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는 것이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은 스페이스X가 미래 사업으로 꼽은 소행성 채굴 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기반 완전 자율 우주선을 활용해 지구 근처를 지나가는 수많은 소행성을 성공적으로 탐사하는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액체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을 비롯해 심우주 항해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일부 소행성은 물과 광물로 이뤄졌는데,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자원 확보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AI 연산 능력과 하드웨어 역량, 시뮬레이션 기술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5년 안에 자율 소행성 탐사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이스X의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성공할 경우 우주 산업의 경제성을 개선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장점은 24시간 햇빛을 받을 수 있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전력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만 우주 방사선을 견뎌낼 반도체와 저장장치를 개발해야 하고, 데이터센터 장비가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렵다"고 했다.
머스크의 '인류 화성 이주' 구상에 대해서는 "현재 우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달로 향하는 것"이라며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달을 방문하는 수준이 아니라 달에 지속 가능한 기지를 건설해 영구적인 거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달까지는 약 3~4일 만에 갈 수 있지만, 화성까지는 3~6개월이 걸리는 데다, 대기가 너무 얇아 무거운 우주선을 감속시키기 어려워 아직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