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가 12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187억달러(약 28조원), 순손실 49억달러(7조4000억원)를 냈다. 하지만 시장은 회사 매출의 95배에 가까운 몸값을 매겼다. 공모가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1조7700억달러(약 2700조원)에 달한다. 시장은 스페이스X에 왜 이렇게 높은 몸값을 매겼을까.

스페이스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를 통해 회사의 사업 부문을 우주(Space)·연결성(Connectivity)·인공지능(AI) 3개로 제시했다. 지난해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것은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연결성 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61%(114억달러)를 차지했다. 하지만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미래는 다르다. 우주 발사 기업으로 출발한 스페이스X는 우주 기반 AI 인프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AI 사업 부문은 현재 전체 매출의 17%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이 발사되는 모습./스페이스X 제공

◇ 지난해 발사 170회… 스타링크 가입자, 한 달에 100만명씩 늘어

스페이스X의 우주 사업은 재사용 로켓인 팰컨9과 팰컨 헤비를 앞세워 발사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발사 횟수는 2020년 이후 약 6배 늘어나 지난해 170회를 기록했고, 재사용 기술을 통해 궤도 진입 비용을 과거 평균 대비 약 85% 절감했다. 회사는 지난해 전 세계 궤도 수송량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스타십 로켓 발사와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발사 서비스도 이 부문에 포함된다. 다만 우주 사업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약 8%에 그쳤다. 스페이스X 기업 가치가 2024년 말(3500억달러) 이후 5배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치다.

현재 스페이스X의 실적을 떠받치는 것은 연결성 사업 부문이다. 스타링크는 현재 164개국에서 위성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5일 기준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스타링크 가입자 수는 올 1분기 말 1030만명이었다. 한 달에 가입자가 약 100만명씩 늘고 있다. 올해 5월 위성 주파수 확보를 위한 에코스타 스펙트럼 인수가 승인되면서 스페이스X는 자체적으로 2Ghz 기반 위성통신을 휴대전화로 직접 수신하는 '직접통신(direct-to-device)'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2세대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항공사들의 스타링크 도입도 늘고 있다. 현재 계약을 맺은 항공사 가운데 스타링크를 실제 도입한 항공기는 전체의 약 5% 수준에 불과해 확대 여력이 크다. 스페이스X는 미국 4대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계약을 하지 않은 델타항공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부문은 유휴 컴퓨팅 자원 임대, AI 모델 학습, 궤도 컴퓨팅이 핵심이다. 유휴 컴퓨팅 임대 사업은 최근 앤트로픽이 향후 3년간 스페이스X에 컴퓨팅 자원 이용료로 약 450억달러(약 61조2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올해 편입된 AI 기업 xAI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까지 AI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면서,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장기적으로 우주 공간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 AI로 무게 중심 이동… "매출의 95배에 달하는 기업가치"

스페이스X의 현재 실적만 놓고 보면 95배에 달하는 기업가치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월가는 스페이스X를 현재가 아닌 미래 성장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우주 발사보다 AI 사업이 스페이스X의 가치를 결정할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에 투자한다는 것은 현재의 실적보다 일론 머스크가 제시한 미래 비전에 베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의 매출이 2028년 약 1600억달러(245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2030년 스페이스X 매출의 경우 골드만삭스는 4700억달러(720조)를, 모건스탠리는 3300억달러(50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더 나아가 스페이스X의 2040년 매출은 3조4000억달러(521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높은 기업가치의 근거 역시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 시나리오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페이스X는 올 1분기에 19억달러(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AI 부문의 24억달러(3조6645억원) 손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스페이스X는 올해 AI 사업에서 약 32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의 AI 사업 부문이 올해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AI 사업 부문 매출이 2030년 3220억달러(493조원), 모건스탠리는 1900억달러(291조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가 제시한 총시장규모(TAM) 전망도 AI 중심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 시장을 3700억달러(567조원), 연결성 시장을 1조6000억달러(2452조원) 규모로 추산한 반면, AI 시장은 무려 26조5000억달러(4경6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소비자 구독 서비스, 디지털 광고,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여기에 포함된다.

◇ "우주 데이터센터, 과학적·경제적 타당성 확신 못 해"

다만, 스페이스C의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도 많다.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7800억달러(1195조원)로 추정했다. 니콜라스 오언스 모닝스타 연구원은 "우주 데이터센터는 성공 확률이 7%에 불과하다"며 "합병한 AI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경로는 우주 기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계획의 과학적,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공개 서한을 통해 스페이스X의 기업 공개를 연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워런 의원은 12쪽 분량의 이 서한에서 스페이스X가 일론 머스크 소유의 (비상장사) xAI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회계 또는 가치 평가 가능성, 대주주로서 머스크의 무제한적인 권력으로 인한 이해 상충 문제, 스페이스X를 주요 증시 지수에 편입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