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기업 트럼프 모바일이 출시한 '트럼프폰(T1)'이 대만 IT 기업 HTC가 2년 전 내놓은 스마트폰의 부품을 그대로 갖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버지와 엔가젯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전자제품 수리 업체 아이픽스잇(iFixit)은 T1을 분해한 뒤 "트럼프폰은 금색으로 도색된 HTC U24 프로(Pro)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폰' T1./트럼프 모바일 제공

T1은 트럼프 모바일이 출시한 첫 스마트폰이다. 금색 외관의 스마트폰으로 '황금폰'이라고도 불린다. 작년 6월 사전 예약을 받은 지 1년여 만인 최근 고객 배송을 시작했다. 가격은 499달러(약 76만원)다. 트럼프 모바일은 알뜰폰 방식으로 T1의 이동통신 요금제를 마련했으며, 월 요금은 47.45달러(약 7만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45·47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숫자를 따왔다.

아이픽스잇 분석에 따르면, T1은 U24 프로와 동일한 메인보드를 장착했다. 두 제품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7 3세대 SM7550 시스템온칩(SoC)을 쓴다. 12기가바이트(GB) D램(LPDDR)과 512GB 저장 공간을 적용한 것도 같다. 멀티칩 패키지(메모리 반도체를 한 개의 패키지에 쌓아 올린 것)는 T1이 마이크론, U24 프로가 SK하이닉스 제품으로 구분되지만, 생산 과정에서 여러 공급사로부터 칩을 조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아이픽스잇은 설명했다. 같은 기기이더라도 공급망 제약이나 관세 영향으로 공급사가 일부 변경될 수 있어서다.

HTC U24 프로. /HTC 제공

두 제품은 디스플레이도 삼성이 특허를 가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펜타일 디스플레이로 동일했다. 디스플레이의 픽셀 밀도와 레이아웃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외 부품의 모양과 배치, 나사 위치, 심지어 위조 방지 스티커의 위치까지 모두 같았다. 유일한 차이는 배터리로, T1은 U24 프로(4600mAh)보다 용량이 큰 5000mAh 배터리를 채택했다. 대신 T1은 최대 30W 출력으로만 충전이 가능하고, U24 프로는 두 배인 60W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아이픽스잇은 U24 프로의 메인보드만 뜯어 T1에 장착했더니 기기가 U24 프로로 작동했다며, "T1은 U24 프로와 동일한 스마트폰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HTC는 U24 프로를 중국 광둥성의 ODM(주문자생산방식) 업체 위안창전자(元昌電子)를 통해 생산한다. T1 역시 같은 곳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픽스잇은 "T1이 생산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U24 프로의 생산 설비와 생산 라인을 갖춘 공장뿐"이라며 T1은 대만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제조되었으며, 대부분의 부품이 중국산인 휴대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모바일은 작년 T1 사전 예약을 개시하며 '미국산 스마트폰'이라고 홍보했으나, 최근에는 "미국에서 자랑스럽게 조립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엔가젯은 "트럼프 모바일은 부품을 수입해 와 미국 내에서 조립만 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스마트폰의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전량 생산하는 라인은 현재 미국에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더버지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