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 지분 취득에 500억원을 투입한다고 15일 공시했다.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이 비상장 우주기업에 대규모 직접투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스페이스X가 단순 우주기업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페이스X는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한편, 머스크가 추진 중인 초대형 반도체 제조시설 '테라팹' 프로젝트의 핵심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테라팹은 1190억 달러(약 177조원) 규모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건설될 예정이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생산되는 반도체의 약 80%는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 및 데이터센터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투입될 계획이다. 한미반도체의 이번 투자는 테라팹 생태계에 조기 진입하기 위한 선제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투자의 배경에는 곽동신 회장과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의 오랜 인연이 자리한다. 피터 틸은 일론 머스크와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실리콘밸리 핵심 인사로, 스페이스X·페이스북·링크드인의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터 틸이 출자한 글로벌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한국 기업 최초로 한미반도체에 투자하며 곽 회장과 접점을 형성했다. 이후 2021년에는 한미반도체 법인과 곽 회장이 각각 375억원씩 총 750억원을 반도체 장비기업 HPSP에 공동 투자해 투자원금 대비 639.3%, 누적 수익 4,795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2024년에는 곽 회장이 라인야후 관계사인 글로벌 Web3 기업 '라인넥스트'에 310억원을 개인 투자해 지분 8.5%를 확보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반도체 측은 "AI 산업이 반도체·데이터센터를 넘어 우주항공·위성통신 데이터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발맞춰 스페이스X 투자를 결정했다"며 "향후 투자 수익을 반도체 장비 사업에 재투자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