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 커촹반(STAR Market) 상장으로 약 295억위안(6조7000억원)을 조달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이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D램 합산 점유율이 여전히 90%를 웃돌지만, CXMT의 성장 속도와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이 중장기적으로 현재의 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CXMT의 몸집이 커질수록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 슈퍼사이클이 만든 반전, 누적 적자 단번에 해소
1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작년 2분기 3.97%에서 작년 4분기 7.67%로 두 분기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9% 급증한 508억위안(7조5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같은 기간 1688% 증가했다. 창업 이래 누적 적자 366억위안을 단 한 분기 만에 사실상 소각한 셈이다. 더글러스 리서치는 "CXMT가 글로벌 D램 시장의 진지한 경쟁자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IPO는 2019년 커촹반 개장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이며,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2020년 조달한 532억위안에 이은 역대급 상장으로 기록된다.
CXMT의 급성장 뒤에는 구조적 행운이 작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능력의 70% 이상을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전환하면서 범용 D램 공급 공백이 생겼고, 인공지능(AI) 서버가 일반 서버 대비 8~10배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면서 수요와 공급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CXMT는 정확히 그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D램 계약 가격은 작년 4분기 전년 대비 75% 이상, 올해 1분기에는 98%까지 치솟았다. 가트너(Gartner)는 올해 연간 D램 가격 상승률을 125%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 IPO로 확보한 실탄이 이러한 사이클 수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달액 중 약 18억달러는 D램 기술 고도화에, 12억6000만달러는 첨단 공정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CXMT의 생산능력은 현재 월 29만장에서 연내 30만장, 이후 40만장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이 로드맵이 실현될 경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작년 약 11%에서 2027년 13.9%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스(Jefferie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도체 수출이 올해 1~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4%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CXMT와 YMTC가 AI 붐 속에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HBM 시장에도 도전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격차는 여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HBM 시장 진입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CXMT가 HBM3(4세대 HBM) 제조 기술 측면에서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3년 수준으로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율이 여전히 제약 요인으로 꼽히며,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양산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지적된다. 실제 CXMT의 HBM3 대량 생산 목표는 수차례 연기됐으며, 발열 문제로 안정적인 동작 속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양산 목표는 올해 상반기였으나 현재까지 테스트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CXMT가 HBM3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데 성공할 경우, 수년간 한정된 공급을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유지해온 기존 메모리 과점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다만 ASML 장비 접근 제한으로 수율과 공정 성능에서 빅3와 같은 리그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산업 특유의 다운사이클 충격은 자본력이 약한 후발 주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CXMT의 2026년 생산 목표(400억Gb)는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달성한 적 없는 수준"이라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CXMT가 D램 빅4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자본 투입, 첨단 공정 수율 도약, 지정학적 제재 회피, 해외 고객 확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분석하며,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중국 내수 전용 공급자에 머무를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의 핵심 질문은 CXMT의 성장 지속 여부가 아니라, 기존 업체들이 범용 D램 부문의 가격 결정력을 지키면서 동시에 차세대 프리미엄 메모리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느냐"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