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에서 가장 큰 사업적 이득을 얻어간 사람은 아마도 이해진 의장일 것입니다. 그가 회동 말미 보여준 행동 하나가 화제입니다.

식사비를 결제하려는 순간, 이 의장은 지갑도 카드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네이버페이 결제 단말기 'N페이 커넥트'에 얼굴을 비추자 1초 만에 결제가 완료됐습니다. 안면인식 결제인 '페이스사인'으로 식사비를 내며 골든벨을 울린 것입니다. 이는 네이버의 미래 결제 기술과 플랫폼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였습니다.

이 의장의 퍼포먼스는 황 CEO는 물론 SK, LG그룹 총수에게 홍보된 것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다시피 전달됐습니다. 황 CEO는 안면인식 결제에 감탄하며 이 의장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이 사람이 (비용을) 냈어요"라고 외쳤습니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던 이 의장이 네이버의 기술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네이버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 경쟁력이 더 이상 검색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삼겹살·소맥회동에서 네이버페이 페이스사인으로 결제하고 있다./네이버

◇ "형님 제가 쏠게요" 문구와 함께 N페이 커넥트 소개

이 의장은 삼소 회동 날 시민들의 식사값을 계산했고, 시민들은 "네이버, 네이버"를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삼소 회동 골든벨은 사실 이미 계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형님 제가 쏠게요"라는 문구와 함께 N페이 커넥트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게재했습니다. 삼소 회동이 이뤄진 식당 역시 N페이 커넥트 가맹점에 최근에야 합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네이버페이는 안면결제 '페이스사인'을 2024년 3월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후 지난해 11월 안면결제를 포함한 현금·카드·QR·삼성페이·근거리 무선통신(NFC)이 가능한 N페이 커넥트 단말기를 출시했습니다. 공개 당시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 결제 방식보다 편리해 기존 시장에 균열을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네이버의 안면결제나 N페이 커넥트는 인지도가 크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황 CEO와의 회동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특히 N페이 커넥트는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수집 플랫폼입니다. 소비자가 결제하고 리뷰를 작성하며 예약과 검색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연결합니다. 네이버가 AI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데이터까지 흡수하는 거대한 플랫폼 전략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치치직으로 플랫폼 기술 역량 강조

황 CEO는 지난 8일 '삼소 회동' 3일 만에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를 방문했습니다. 이 의장은 황 CEO와의 만남을 또다시 네이버 기술을 홍보하는 이벤트로 활용했습니다. 황 CEO와 이 의장이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 등장하는 특별 라이브 방송을 준비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황 CEO의 팬 서비스를 위한 라이브 방송이나 홍보 방송이 아닙니다. 바로 네이버가 보유한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과 대규모 플랫폼 운영 역량, AI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생태계를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치지직은 트위치 코리아가 2023년 철수한 이후 네이버가 육성 중인 스트리밍 플랫폼입니다. 네이버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동시 접속 처리, 초저지연 스트리밍, 실시간 채팅, 추천 알고리즘, 광고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이 황 CEO에게 보여준 것은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 네이버가 수백만명이 동시에 이용하는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 기업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네이버

전문가들은 이 의장의 행보가 네이버가 AI 시대 사업 전략 변화에 얼마나 절실한 지를 대변해준다고 말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둔형 리더십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현장 중심의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젠슨 황 CEO가 보여줬다"며 "이 의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네이버가 검색 회사에서 AX(AI 전환) 시대에 맞춰 제대로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