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PC와 자동차, 확장현실(XR), 로봇까지 스냅드래곤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검증한 저전력·고효율 칩 설계 역량을 다양한 기기로 이식하며 종합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퀄컴은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PC 시장 전략을 공개했다. 핵심은 300달러대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플랫폼 '스냅드래곤 C'다. 퀄컴은 기존 프리미엄 AI PC용 스냅드래곤 X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보급형 라인업 추가로 PC 시장 내 가격대별 공략 범위를 전 구간으로 넓혔다.
퀄컴이 PC 시장을 노리는 배경에는 ARM 기반 저전력 설계의 확산이 있다. 과거 PC 시장은 인텔과 AMD의 x86 프로세서가 사실상 표준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ARM 기반 칩 M시리즈를 맥북에 탑재해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동시에 입증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퀄컴 역시 스마트폰 AP에서 쌓은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윈도 PC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번 보급형 라인업 확대로 퀄컴은 PC 시장에서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아우르는 '투트랙'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고성능이 필수적인 프리미엄 PC용 스냅드래곤 X 시리즈에는 2021년 인수한 반도체 설계업체 누비아(Nuvia)의 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독자 CPU 코어 '오라이온(Oryon)'을 전면에 내세운다. 반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보급형 스냅드래곤 C에는 모바일 시장에서 검증된 기존 아키텍처를 유연하게 적용해, 성능 리더십과 양적 팽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퀄컴이 이 같은 확장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모바일 시장에서 쌓아온 경쟁력이 있다. 최근 모바일 AP 경쟁의 핵심 지표가 단순 CPU 성능에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와 발열 제어, AI 처리 효율로 이동하면서 퀄컴의 강점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검증된 저전력·고효율 설계 역량은 PC와 자동차, 로봇 등 신규 사업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퀄컴은 자동차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앞세워 전장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디지털 콕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커넥티비티 기능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컴퓨텍스 2026에서 공개한 로봇 플랫폼과 AI 컴퓨팅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퀄컴은 이번 행사에서 AI PC와 자동차, 로봇을 아우르는 '에이전틱 AI' 비전을 제시하며 스냅드래곤을 다양한 기기를 잇는 공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자체 AP 엑시노스 적용을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차세대 갤럭시 S27 울트라에도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모바일 AP 경쟁의 핵심 지표가 단순 CPU 성능에서 전성비와 발열 제어, AI 처리 효율로 이동하면서 퀄컴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퀄컴의 플랫폼 확장 전략이 실제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ARM 기반 윈도 PC의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인텔과 AMD 역시 AI PC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퀄컴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축한 경쟁력을 PC와 전장, 로봇 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