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방한 도중 국내 PC방을 세 차례 찾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방한 첫날 홍대 T1 베이스캠프를 방문한 데 이어, 셋째 날에는 강남의 PC방 두 곳을 연달아 찾으며 'PC방 회동'을 이어갔다.
다만 황 CEO의 각별한 관심과 달리 국내 PC방 업황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때 2만곳이 넘던 PC방은 최근 6000곳대로 줄었고, 매년 수백 곳씩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7일 국내 게임업계 수장들과 만나는 장소로 PC방을 선택했다. 황 CEO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옵티멈존 PC카페를 찾았다. 이어 김택진 엔씨 대표와도 신논현역 일대 포털PC방에서 회동했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성장 무대였던 PC방에서 엔비디아와 국내 게임사의 협력 방향을 논의한 셈이다.
황 CEO는 지난 5일 입국 직후 곧바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T1 베이스캠프를 찾아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만나기도 했다. T1 베이스캠프는 e스포츠 구단 T1이 운영하는 PC방으로, 황 CEO는 방한 직후 첫 행선지를 이곳으로 정했다. 평소 한국의 PC방과 e스포츠 문화를 높이 평가해 온 황 CEO가 이번 방한에서 연이어 PC방을 방문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황 CEO의 각별한 관심과 달리 국내 게이머들의 PC방 이용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PC방은 6658개로 1년 전(7055개)에 비해 397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기 전인 2019년(1만1801개)과 비교하면 약 43.5% 급감했다. 전국 PC방은 ▲2020년 9970개 ▲2021년 9265개 ▲2022년 8485개 ▲2023년 7773개 ▲2024년 7243개 ▲2025년 6800개 등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PC방까지 고려하면 실제 영업 중인 PC방은 6300개 이하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남궁영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 시기 누적된 부채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업계 전반에 뚜렷한 성장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게이머들이 찾을 만한 신규 흥행작이 부족해 여전히 '리그오브레전드' 등 일부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해당 게임들은 신규 이용자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PC 게임 인기 순위를 조사한 결과 '리그오브레전드'가 99.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배틀그라운드'(78.8%), '서든어택'(58.6%), '메이플스토리'(52.3%), 'FC온라인'(50.3%) 등이 차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황 CEO가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PC방 업계는 인공지능(AI) 열풍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AI 수요 급증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고사양 장비를 유지·교체해야 하는 PC방의 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신 그래픽카드 가격이 1~2년 사이 최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중소 PC방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됐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대형 프랜차이즈 PC방의 공격적인 출점과 가격 경쟁까지 겹치면서 업황은 더욱 악화했다. 전기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PC방 이용 요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남 이사장은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PC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소 PC방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가격 경쟁과 과도한 서비스 경쟁이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결국 중소 PC방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