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화·파운드화·캐나다달러 채권 발행을 잇달아 추진하며 글로벌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모습입니다.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140억캐나다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캐나다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캐나다달러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입니다.
아마존의 해외 채권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미국 기업 회사채 발행 기준 역대 네 번째 규모인 370억달러(약 56조원)를 조달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 145억유로(약 25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 발행에도 나섰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영국에서 55억파운드(약 11조원) 규모 채권과 30억5500만스위스프랑(약 6조원) 규모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85억캐나다달러(약 9조원) 규모 캐나다달러 채권과 5765억엔(약 5조5000억원) 규모 엔화 채권도 발행했습니다.
빅테크들이 잇달아 글로벌 채권 시장을 찾는 이유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자본 지출(CAPEX) 전망치는 7250억달러(약 1100조원)로 지난해 4100억달러(약 620조원)보다 70% 이상 늘었습니다. 지출은 대부분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로버트 쉬프만·알렉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연구원은 "캐나다 채권 발행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다른 통화와 자본시장을 활용한 조달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아마존의 2027년 AI 투자 규모가 올해 예상치인 2000억달러(약 302조원)를 크게 웃돌 것임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달러 시장만으로는 자금 조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 시장에만 의존할 경우 대규모 발행에 따른 금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유로화와 엔화, 캐나다달러 등 다양한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비용을 낮추고 투자자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합니다.
특히 영국과 스위스, 일본 등은 미국보다 장기 금리 수준이 낮아 초장기 채권 발행에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알파벳은 지난 2월 영국에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장기 조달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초장기 투자자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아마존의 이번 캐나다달러 채권 발행에는 목표액의 두 배 수준인 28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습니다. 알파벳의 100년 만기 파운드화 채권 역시 발행 예정 규모인 10억파운드(약 2조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수천억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투자 회수 시점과 수익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투자자 수요가 충분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향후 금리 상승이나 AI 투자 수익화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차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채권 시장 내 AI 관련 자산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타렉 하미드 JP모건체이스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어느 정도의 AI 관련 투자 비중을 감당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금리나 은행 실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던 채권 포트폴리오가 이제는 기술 기업의 실적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