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미국 오하이오주 뉴앨버니 소재 데이터센터 부지에 세운 텐트형 구조물 6개./마이클 토마스 클린뷰 에너지 창업자 X 계정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력 확보 문제 등으로 데이터센터 완공 일정이 지연되면서, AI 인프라 공급이 폭증하는 AI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텐트 안에 임시 데이터센터를 마련하거나 부지 내 이동식 가스터빈 등 자체 발전 설비를 도입해 데이터센터 병목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클린뷰 에너지에 따르면 최근 메타는 미국 오하이오주 뉴앨버니 소재 데이터센터 부지에 텐트형 구조물 6개를 설치했다. 메타가 '신속 배치 구조물(Rapid Deployment Structures)'이라고 부르는 이 시설은 방수·방풍 기능을 갖췄고, 개당 약 6만달러(약 9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AI 칩 수만개와 냉각 설비 등을 담고 있다. 텐트 하나당 1만1600㎡ 규모로, 축구장 1.6개 정도의 크기다.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 현장에 일렬로 세워진 텐트형 구조물은 전통적인 데이터센터보다는 농가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온실이나 양계장과 외형이 비슷하다.

마이클 토마스 클린뷰 에너지 창업자는 "메타는 10년 동안 갈고 닦은 전통 데이터센터 설계 방식을 버리고, 최근 오하오주 데이터센터 부지에 설치한 텐트 안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AI 칩을 배치하는 독특한 전략을 택했다"며 "이 방식으로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는 메타가 올해 가동을 목표로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1기가와트(GW) 규모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메테우스를 구성하는 첫 데이터센터 건물 5개동은 완공까지 약 3년이 걸렸지만, 그 옆에 마련한 텐트형 데이터센터는 올해 4월에 세우기 시작해 이달 초 대부분 설치를 마친 상태다. 해당 시설은 인근에 200메가와트(MW) 규모의 이동식 가스터빈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받는 구조다.

앞서 메타는 "AI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건물 여러 동과 더불어 방수 텐트, 인근 코로케이션(임대형 데이터센터)를 모두 활용해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텐트형 데이터센터는 철골·철근·콘크리트 기반의 기존 데이터센터를 짓는 동안 AI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과거 테슬라가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 마련한 텐트 안에 임시 조립 라인을 설치해 모델3를 생산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텐트까지 세우는 메타의 데이터센터 전략은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적인 속도전으로 돌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2027년 완공 예정을 목표로 발표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60% 이상이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고, 7%는 공사가 미뤄지고 있다. 전력망 문제, 길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 변압기를 포함한 관련 설비 공급 차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도입하거나 임시 시설을 구축해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춰 전력 확보 문제를 직접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건물을 올리고 전력망 연결을 기다릴 시간이 없으니 텐트라도 세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대한 빨리 가동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풍력·태양광 에너지 개발업체 인터섹트 파워를 47억5000만달러(약 7조원)에 인수했다. 인터섹트 파워는 텍사스주 소재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해온 기업이다. 구글은 인터섹트 인수로 텍사스주 하스켈에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춘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빅테크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기 위한 인허가를 받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전력망 연결 승인까지 3~5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체 발전 역량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AI 기업 xAI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 부지에 이동식 가스터빈 46기를 도입해 일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토마스는 "AI 경쟁이 일명 '매드 맥스'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텐트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가스터빈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상황이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고철과 부품을 이어 붙이는 등 임시방편을 총동원해서 차량을 만드는 2015년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세계관에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