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를 "세계적인 AI·클라우드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양사의 협력을 AI 모델과 클라우드, 로봇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는 앞으로 AI 팩토리를 하겠다는 회사가 아니라 이미 준비가 된 회사"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네이버의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와 이 의장은 8일 오후 경기 성남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진행된 미디어 행사에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발표한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구축 계획을 두고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가 된 배경과 향후 협력 방향을 설명했다.
황 CEO는 한국을 "매우 특별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천연자원은 사람에서 시작한다"며 "한국은 제조, 중공업, 전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놀라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가 이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을 갖추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했다. AI 인프라가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로봇 운용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는 만큼 한국이 차세대 AI 산업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젠슨 황은 네이버에 대해 세계적인 AI 기업이자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네이버는 비교적 작은 국가에 위치해 있지만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이는 놀라운 성취"라고 했다.
◇ "200㎿ AI 팩토리는 시작일 뿐"… 모델·클라우드·로봇 3대 협력
황 CEO는 이날 네이버와의 협력 축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네모트론 연합'을 통한 오픈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이다. 그는 "네이버의 세계적 AI 역량 때문에 네이버를 네모트론 연합의 파트너로 맞이할 수 있었다"며 "함께 오픈 프런티어 AI 모델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네모트론 연합은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기업들과 추진하는 모델 협력체다. 네이버는 국내 기업 최초로 커서,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12개 글로벌 AI 기업이 참여하는 이 연합에 합류했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을 높이고 글로벌 범용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다. 황 CEO는 "네이버는 이미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이고, 해외로도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네이버와 200㎿ 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는 극도로 거대한 규모의 슈퍼컴퓨터이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이날 오전 GW급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을 아시아·중동·유럽 시장에서 공동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2027년 상반기 55㎿를 먼저 가동하고, 같은 해 100㎿, 2028년 200㎿까지 인프라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 목표는 GW급 AI 팩토리다. 1GW는 엔비디아 최신 GPU 수십만 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세 번째는 로봇과 피지컬 AI다. 황 CEO는 "AI의 다음 물결은 로봇"이라며 "이 분야에서 한국은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는 10년 넘게 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며 "오늘 위층에서 로봇이 가져다준 아이스 커피도 마셨다"고 했다.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운영 중인 로봇 시스템을 미래 AI 서비스의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 이해진 "네이버는 AI 팩토리 수요 감당할 거의 유일한 회사"
이 의장은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파트너가 된 이유로 초기 GPU 투자와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 자체 데이터센터 역량을 꼽았다. 그는 "네이버는 엔비디아 GPU를 가장 먼저 도입해 슈퍼팟을 구축한 기업"이라며 "일찍부터 투자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라며 "앞으로 클라우드를 만들고 AI 팩토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굉장히 준비가 돼 있는 회사"라고 했다. 또 "데이터센터도 직접 지어서 잘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 급격하게 수요가 올라오고 있는 AI 시장에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로서는 저희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엔비디아가 네이버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으로 AI 팩토리를 확장하려는 것도 이 같은 준비된 역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엔비디아가 저희를 선택했고, 저희와 같이 AI 팩토리를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쪽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W급 AI 팩토리는 굉장히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저희가 같이 해나갈 수 있다면 네이버에는 정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황 CEO는 다른 한국 기업과 네이버의 협력 방향은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회사는 저마다의 전문성을 갖고 있고, 우리는 각 회사와 그 회사만의 방식으로 협력한다"며 "네이버는 이미 한국의 세계적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이고 이제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계는 AI 클라우드를 필요로 한다"며 "이해진 의장과 네이버 팀과 함께 전 세계에 네이버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 "범용 AI만으론 부족"… 한국어·제조·로봇 특화 AI 겨냥
황 CEO는 네이버와의 모델 협력이 필요한 이유로 국가별·산업별 특화 AI 수요를 들었다. 그는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프런티어 AI 연구소들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우리 모두 그 기술을 사용한다"면서도 "많은 국가와 기업, 전문 영역에서는 범용 지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맞게 조정될 수 있어야 하고, 과학, 디지털 바이올로지, 로봇, 제조 같은 분야에서도 특정 목적에 맞게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범용 대형언어모델(LLM)을 그대로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국 언어와 산업 현장에 맞게 조정한 AI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황 CEO는 "네이버는 AI 모델 개발에 많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학습 데이터와 전문성을 결합하면 훌륭한 프런티어 모델의 출발점을 만들 수 있고, 네이버는 이를 자사 서비스와 연구 분야에 맞게 조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인프라 기술 협력도 확대한다. 네이버가 축적한 대규모 자체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역량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노하우를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인프라 플랫폼 'DSX'와 결합해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과 사업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에 네이버의 공간 모델링·거리뷰 데이터를 활용해 '서울 월드 모델'을 구축하는 공간 인텔리전스 협력도 추진한다.
이날 행사는 양사의 기술 동맹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해외 기업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존경받고 환영받는 분위기는 처음 본 것 같다"며 "엔비디아의 기술력이나 시가총액도 있지만, 젠슨 황이라는 사람 자체의 성품과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번 한국 방문 중 서울대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며 "내 새 이름은 'K-젠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