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국가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의 존재감이 정치·산업계에서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2017년부터 5년간 대표이사를 지냈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년 만에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으며, 인공지능(AI) 시대 황태자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사옥 1784를 찾은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1999년 토종 인터넷 검색 서비스로 출발, 연매출 12조원을 웃도는 한국의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구글이 검색 시장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전 세계에 몇 안되는 국가다. 이달 기준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55%)은 구글(36%)을 앞서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는 플랫폼 규제와 성장 둔화 논란 속에서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플랫폼을 넘어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데이터센터·클라우드·디지털 트윈·피지컬 AI 기술을 앞세워 한국 AI 생태계의 핵심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모습이다.

◇ 이재명 정부서 핵심 각료 줄줄이 배출

네이버는 이재명 정부에서만 2명의 장관과 1명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배출했다. 한 장관이 현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데 이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NHN(옛 네이버) 대표 출신이다. 지난 4월 물러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역시 네이버 출신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국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네이버 출신 인재들이 정책 현장에 중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장관은 네이버 대표 재직 시절 회사를 검색 중심에서 커머스·핀테크·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대표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데다, 일본·미국·유럽·동남아 등 글로벌 사업 경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국정 운영 역량을 검증받았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 민간 기술 기업 대표 출신이 국가 운영의 핵심에 다가섰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플랫폼 산업이 더이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략 자산이라는 정책적 기조 변화라는 해석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국정 기조와 인사가 AI 대전환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의 역할이 AI 시대에는 총리 후보자로 격상됐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엔비디아 AI 파트너로서 전략적 중요성 부각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초대형 글로벌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AI 동맹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소프트뱅크와의 라인-야후재팬 통합 이후 가장 주목되는 동맹이기도 하다.

지난 5일 방한한 황 CEO가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회동하는 자리에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네이버가 AI 시대 한국을 대표하는 엔비디아의 파트너 중 한 곳이라는 점을 대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1일 대만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GTC 타이베이 2026' 키노트 행사에서도 황 CEO는 네이버클라우드를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공식 발표했다.

양사는 소버린 AI, 클라우드, 피지컬 AI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해왔다. 지난 2024년 6월 이해진 의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전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 CEO와 만나 소버린 AI 문제를 논의했으며, 지난해 5월에도 이 의장과 황 CEO가 엔비디아 대만 사무소에서 만나 동남아 지역 소버린 AI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 AI 사업에서 보다 실질적인 성과 보여줘야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2조35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1.6% 증가한 2조2081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AI 시대 강력한 한방은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최근 정치·산업계에서 높아진 위상 만큼이나 AI를 실제 수익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게 아니라, 엔비디아 플랫폼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AI 사업을 진심으로 하려 한다면 앞으로 보다 독자적으로 더 치고 나가야 미래 성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