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만났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틀 만에 다시 최 회장을 만났다. 이번 장소는 서울 강남의 치킨집이었다.
황 CEO는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000150)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시구를 마친 뒤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을 찾아 최 회장과 저녁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했던 바로 그 장소다.
이날 황 CEO는 약속 시간보다 15분가량 이른 오후 6시45분께 부인 로리 황 여사와 함께 매장에 도착했다. 가게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며 특유의 친화력을 보여줬다. 최 회장은 오후 6시56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눈길을 끈 것은 복장이었다. 황 CEO는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를 마친 직후여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등장했다. 로리 황 여사도 두산 유니폼 차림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간 뒤에야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자 현장에서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회동에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자리에는 SK그룹 경영진만 함께했다.
회동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대표이사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 사장, 정재헌 SK텔레콤(017670) 대표이사 사장,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게 앞은 회동 시작 전부터 취재진과 시민들로 붐볐다. 지난해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경험 때문인지 엔비디아 측은 이날 오후부터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일부 동선을 통제하는 등 현장 관리에 나섰다.
엔비디아 관련 서적과 팸플릿을 들고 황 CEO를 기다리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시민들 사이에서 가벼운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황 CEO는 잠실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엔비디아 창립 연도인 1993년을 의미하는 등번호 93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고, 박정원 회장은 두산 창립 연도인 1896년을 상징하는 96번 유니폼을 입고 시타를 맡았다.
하지만 황 CEO가 던진 공은 포수 미트가 아닌 타석 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공은 박 회장의 머리 위로 향했고 포수 양의지가 몸을 일으켜 받아야 했다.
황 CEO는 이후 박 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 사람을 보면서 공을 던지면 그 사람한테 가기 마련이다. 포수를 봤어야 했는데 자꾸 박정원 회장님을 보면서 던져서 그렇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회장님을 보면 안 되고 포수를 똑바로 봤어야 했다"며 "공을 던지고 나서 '오 마이 굿니스(Oh my goodness)'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