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LG유플러스 파주 AI 데이터센터(DC) 공사 현장. 축구장 약 21배에 달하는 연면적 15만㎡ 부지에서 대형 크레인 5대가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공정률 약 20%를 기록 중인 현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200MW 하이퍼스케일급으로 구축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7만장을 수용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전체 인구가 동시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유플러스 파주 AI 데이터센터는 발열 제어를 위한 설계가 눈에 띈다. 이를 통해 공기 냉각과 액체 냉각을 동시에 가동, 급변하는 AI 기술 환경과 다양한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AI사업그룹장(상무)은 이날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50MW 규모의 1동은 모든 계약이 끝나 '완판' 상태"라며 "2030년까지 600MW 규모의 AI DC로 누적 수주 5조원을 달성하고, AI DC 매출이 올해부터 연평균 약 15~20%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전국에 AI DC 15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AI DC 매출이 4220억원으로 2023년보다 18.4% 늘었다. 같은 기간 통신 중심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매출은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 모듈형 공법으로 구축 기간 단축… 공기·액체 냉각 동시 지원
LG유플러스 파주 AI DC가 약 1년 만에 공정률 20%를 기록한 이유는 표준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 공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PMDC는 주요 설비를 표준화해 주요 구조물을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구축 기간을 기존 대비 수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주 AI DC는 냉각 기술 효율에도 중점을 뒀다. 발열 관리는 AI 연산이 집중되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GPU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냉각 기술이 효율과 안정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공기 냉각과 액체 냉각을 동시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건설되고 있다. 액체 냉각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환풍기 소음이 심하다는 기존 공랭식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파주 AI DC는 건축 단계부터 GPU 서버 발열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하중·방수·배관 등을 액체 냉각으로 설계했다. 특히, LG전자와의 협력으로 구축된 액체냉각 설비는 GPU 칩에 전용 금속판(Cold Plate)을 부착하고 냉각수 분배장치(CDU·Coolant Distribution Unit)를 통해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직접 제거하는(D2C·Direct to Chip) 방식이다.
회사 측은 "자체 실증 결과 기존 공기 냉각 대비 약 24%의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파주 AI DC에 서버를 액체에 직접 담그는 수조형 액침 냉각(ILC·Immersion Liquid Cooling) 방식을 도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숙경 AI DC 사업담당 상무는 "액침냉각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엔비디아도 현재 액침 기술 검증을 진행중이고, LG유플러스 역시 기술 검증이 필요해 검증이 완료된 후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파주 AI DC는 완공 후에는 로봇을 활용해 365일 24시간 건물의 온·습도, 누수, 먼지 등을 확인하고 외곽 부지를 모니터링해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LG그룹 계열사 간 기술 협력으로 냉각 설비, 배터리, 전력 설비, 로봇 등 주요 장비가 국산화된다. LG전자가 냉각 영역에서 냉각수 분배 장치와 D2C 방식의 액체 냉각 솔루션 외 냉각수를 만드는 공랭식 '프리쿨링 칠러(Free Cooling Chiller)'를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UPS 배터리는 정전이나 전압 변동 시에도 즉각적으로 전력을 보정하며, 배터리 셀부터 팩까지 자체 설계한 다중 안전 구조로 화재와 열 폭주 위험을 최소화한다. 높은 전력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한 DC 800V 배전 시스템은 LG유플러스가 LS일렉트릭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장비를 통합 운영하는 AI 기반 DCIM(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영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안형균 엔터프라이즈AI사업그룹장은 "LG유플러스는 'AI 공장 운영자(AI Factory Operator)'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서버 공간을 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GPU 자원 관리와 전력, 냉각 등 모든 요소를 '공장'처럼 통합 운영해 AI가 최적의 환경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 SK텔레콤, KT도 AI DC에 집중
AI DC에 열을 올리는 것은 LG유플러스만이 아니다. 통신 3사 모두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DC 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미래 성장 동력임을 확인했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AI DC 매출이 1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3% 증가했다. SK텔레콤은 현재 국내 AI DC 9개를 가동 중이다. KT그룹 내 데이터센터 사업을 맡고 있는 KT클라우드의 올 1분기 매출액은 2501억원이다. KT는 현재 국내 AI DC 16곳을 운영 중이다.
AI DC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에 AI DC를 구축 중이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AI DC 11곳을 통해 300MW 이상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KT 역시 서부권에 구축 중인 AI DC 등을 추가해 2030년까지 500MW 이상 규모로 AI DC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수익 모델도 다양해졌다. SK텔레콤은 컴퓨팅 인프라를 클라우드 형태로 빌려주는 GPUaaS 사업 외 울산 AI DC처럼 DC를 지어서 빌려주는 코로케이션 사업도 진행 중이다. KT클라우드는 가산 AI DC에서 구독형 개인화 GPU 인프라 서비스 '콜로닷AI(Colo.AI)'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