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최근 기업가치를 9650억달러(약 1445조원)로 평가받으며 연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가운데, 앤트로픽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지분 가치가 뛰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앤트로픽이 오는 10월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초기에 투자한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대표적인 사례다. 6일 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가치는 12억669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평가됐다. 줌은 2023년 5월 앤트로픽과 AI 협력을 발표하면서 약 5100만달러(약 67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고, 올해 1분기에도 앤트로픽에 4600만달러를 추가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첫 투자 당시 41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평가받던 앤트로픽의 몸값이 최근 1조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줌이 보유한 앤트로픽의 지분 가치도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줌이 앤트로픽에 투자해 10억달러 상당의 평가 이익을 거뒀다"고 추산했다. 줌이 산정한 지분 가치는 앤트로픽의 지난 2월 기업가치 평가액인 3800억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평가받은 9650억달러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앤트로픽 투자로 인한 줌의 평가 이익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앤트로픽이 AI 모델 '클로드'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하면서 줌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연초 주당 83달러 수준이었던 줌의 주가는 이달 초 110달러에 육박해 30% 가까이 상승했다. 씨티그룹은 "줌이 빠르게 성장 중인 앤트로픽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앤트로픽에 투자해 성과를 낸 기업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2023년 8월 앤트로픽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를 확보했다. 이후 앤트로픽이 구글, 아마존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0.2~0.3% 수준으로 낮아졌다.

SK텔레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앤트로픽의 장부가액은 1조3782억원이었다. 올 들어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말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장부상 수익도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들은 SK텔레콤의 앤트로픽 지분 가치를 2조6000억원~4조원 사이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3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초기 투자금 대비 26배 이상의 수익을 낸 셈이다.

앤트로픽이 올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고, 추가 투자로 기업가치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SK텔레콤 주가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초 5만3300원에서 이달 5일 10만6300원으로 약 99% 상승했다.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LG CNS도 2023년 앤트로픽에 투자한 바 있다.

아마존의 앤트로픽 투자도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앤트로픽에 약 8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서 올해 4월 말 기준 아마존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가치는 740억달러로 약 9배 불어났다.

구글은 2023년부터 앤트로픽에 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지분 10%를 확보했고, 이후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지분율을 14%로 끌어올렸다. 구글은 지난 4월에도 앤트로픽에 최대 4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주요 외신은 현재 앤트로픽 기업가치인 9650억달러를 기준으로 구글이 보유한 지분 가치를 약 135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밖에 세일즈포스가 보유한 앤트로픽의 지분 가치도 약 50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2023년 초부터 앤트로픽에 꾸준히 자금을 투입했고, 앤트로픽의 AI 모델은 슬랙을 포함한 세일즈포스 주요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AI 기업으로, AI 모델 '클로드'를 기반으로 한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와 보안 취약점 탐지에 강점을 지닌 '미토스' 등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진행한 시리즈 H 투자 라운드에서 650억달러(약 97조원)를 유치했다. 이번 자금 조달로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하면서 경쟁사인 오픈AI의 기업가치 평가액(8520억달러)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번 앤트로픽 투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했다.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조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앤트로픽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합류해 추후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