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초긴장 상태다. 이번 선거 기간 한 당선자가 상대 후보였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이해충돌 논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하 전 수석의 이해충돌 논란 중심엔 업스테이지가 있다.
하 전 수석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재직 당시 업스테이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업스테이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일명 국가대표 AI)' 5개 정예팀에 선발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업스테이지가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역시 논란의 불씨로 남아있다. 하 전 수석과 업스테이지는 "문제 될 것이 없다"며 해명했지만, 한동훈 당선자가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면서 또 다시 이 문제가 재점화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업스테이지 상장 심사 과정서 정밀 검토할 듯
업스테이지는 현재 국내 증시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최근에는 UBS까지 합류해 본격적인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상장 시점을 조율하며 내부적으로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카카오로부터 포털 '다음' 운영사인 AXZ 인수를 확정하며 몸값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다음 인수를 통해 실적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하 전 수석의 이해충돌이라는 돌발변수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해충돌 논란만으로 업스테이지의 IPO가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다만 기업가치 산정과 상장 심사 과정에 부담 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한국거래소는 실적과 경영 성과의 지속성, 투명성을 주요 지표로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다. 이경준 에이올자산운용 투자부문 대표는 "주식 거래와 관련된 법적 공방이나 정치적 논란은 경영 투명성 부문에서 대주주나 주요 관계자의 지분 변동 과정을 포함해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가 실력 있는 유망 스타트업이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하 전 수석이 주식을 보유한 채 국가대표 AI 모델 정예팀으로 뽑힌 것을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업스테이지 측은 "IPO 시기는 내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 "AI 수석실 관여 안 했다지만… 이해충돌 직무 신고"
하 전 수석과 업스테이지 측은 국책사업(국가대표 AI) 선정 과정에 AI수석실이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해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 역시 "(국가대표 AI 정예팀 선정과 관련해) 이해충돌 이야기가 나와 논란이 될 소지를 검토해 봤는데, 그 어떠한 것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며 예정대로 오는 8월 2차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 전 수석은 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 의장이자 국가 CAIO(Chief AI Officer)로서 각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책임자였다. 이는 공식 자료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9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는 국가 AI 정책과 각 부처 AI 정책 및 사업의 연계성을 강화함으로써 위원회의 결정 사항의 실행력을 확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적혀 있다. 국가 AI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 전 수석이 맡았던 셈이다. 국가 CAIO는 전 부처 CAIO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는 국가대표 AI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과기정통부 2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도 포함됐다. 특히 하 전 수석이 지난해 9월 주재한 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 회의는 장관급 기관 25개 부처를 대상으로 개최됐는데, 이 자리에서 AI 예산, 정책, 사업 등이 보고되고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 전 수석과 과기정통부의 해명과 달리 국가대표 AI 사업을 주관하는 과기정통부는 2차관이, 업스테이지에 국민성장펀드 56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금융위원회는 부위원장이 직접 하 전 수석에게 보고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하 전 수석과 청와대가 이미 지난해부터 AI 수석 직무와 그가 보유한 업스테이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도 있다. 지난해 11월 7일 하 전 수석이 신고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공고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직무 관여 사실 신고 사항 공개'에는 그가 업스테이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과학기술자문회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참석하고, 국가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한 것이 언급됐다.
◇ "이해충돌 논란, 국가대표 AI·국민성장펀드 정당성 문제로 번질 수도"
하 전 수석과 업스테이지의 주식거래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법무법인 다함의 홍종기 대표 변호사는 "업스테이지는 2021년과 2024년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발행한 보통주가 없다"며 "하 전 수석이 업스테이지의 단순 비상근 고문이 아니라 설립 시 발행된 총주식 중 1%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주요 임직원 또는 핵심 기술, 정보, 노하우를 제공할 중요 인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 전 수석과 김성훈 업스테이지 창업자 겸 대표의 인연은 각별한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는 2017년 네이버에 합류해 클로바 AI 조직 초기 세팅과 글로벌 AI 연구·개발을 총괄했고, 관련 핵심 팀을 이끌었다. 하 전 수석은 김 대표가 이끄는 여러 팀 중 하나인 클로바 AI 리서치 리더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훈 당선자가 검사 시절 SK, 현대차, 삼성 등 대기업 관련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 수사에 참여하면서 '저승사자'로 불린 만큼 이슈를 끝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며 "하 전 수석의 이해충돌 논란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AI 사업인 국가대표 AI 선발과 국민성장펀드의 정당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