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한국IBM(IBM의 한국법인)이 2024년에는 적자를 내고도 모회사에 475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보냈지만, 흑자로 돌아선 지난해에는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적자 때는 배당하고, 흑자 때는 배당하지 않은" 이례적인 흐름입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전년 대규모 배당으로 배당 재원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본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으며, 순이익 흑자 전환도 영업을 잘해서라기보다 세금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글로벌 IBM이 인공지능(AI)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 법인도 조직·사업 재편을 염두에 두고 배당보다 내부 현금 유보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 흑자 냈지만 배당 재원 넉넉하지 않았다

5일 2025년 한국IB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IBM은 2025년 연결기준 122억42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습니다. 한국IBM은 2024년 연결기준 84억7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같은 해 모회사인 IBM Korea Holdings B.V.에 475억5700만원을 배당했습니다. 당시 배당률은 187.6%, 주당 배당금은 9380원이었습니다. 배당 규모는 그해 순손실의 5.6배였습니다.

적자가 났는데도 배당을 한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회사가 그해 손실을 냈더라도 과거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있으면 이를 재원으로 배당할 수 있습니다. 한국IBM도 2024년 초 이익잉여금이 864억27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배당 이후 곳간은 줄었습니다. 한국IBM의 이익잉여금은 2024년 말 306억51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을 내면서 이익잉여금은 438억2900만원으로 다시 늘었지만, 이 돈을 모두 배당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 438억2900만원 중 법정적립금은 167억2900만원이었습니다. 법정적립금은 회사가 법에 따라 쌓아둬야 하는 돈으로, 현금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흑자 전환에도 전년 같은 규모의 배당을 반복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던 셈입니다.

물론 배당을 아예 할 수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처분이익잉여금 271억원 안에서 일부 배당은 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IBM은 지난해 이 돈을 배당으로 빼내기보다 회사 안에 남겨두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 순이익은 흑자, 본업은 악화

더 중요한 문제는 본업입니다. 한국IBM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보면 흑자 전환했지만, 실제 영업 성적은 크게 나빠졌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5322억74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2% 줄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9억6000만원으로 전년(229억7500만원) 대비 91.4%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3.9%에서 0.4%로 떨어졌습니다.

매출 감소도 특정 부문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프라스트럭처 매출은 3478억4000만원에서 3086억10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매출은 1175억3000만원에서 1107억원으로, 컨설팅 매출은 1088억4000만원에서 949억10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상품매출과 용역매출도 모두 줄었습니다.

비용 부담도 커졌습니다. 특히 구조조정 비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IBM의 구조조정충당부채 전입액은 2024년 18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12억6600만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구조조정충당부채는 인력 조정이나 조직 개편 등으로 앞으로 나갈 비용을 미리 반영한 항목입니다.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줄었지만, 구조조정충당부채 전입액이 늘면서 전체 종업원급여는 1171억1000만원에서 1197억200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 흑자 전환도 '세금 효과'가 컸다

지난해 흑자 전환도 본업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IBM의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이익은 149억300만원으로, 전년(186억9200만원)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세금을 빼기 전 이익은 감소했는데, 최종 순이익은 흑자로 바뀐 것입니다.

차이는 법인세에서 났습니다. 한국IBM의 법인세 비용은 2024년 271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26억6100만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세전 이익은 줄었지만 세금 부담이 급감하면서 최종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구조입니다. 2024년 적자도 영업 부진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IBM은 법인세를 빼기 전에는 흑자였습니다. 하지만 법인세추납액 224억5700만원이 반영되면서 유효세율이 145%까지 뛰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던 겁니다.

지난해에는 반대로 과거 법인세 조정분이 환입 성격으로 반영되면서 법인세 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효세율은 2024년 145%에서 지난해 18%로 낮아졌습니다. 결국 2024년 적자와 지난해 흑자 모두 회사의 영업 실력보다는 세금 요인의 영향이 컸던 셈입니다.

◇ 하시코프 품은 한국IBM… 배당보다 재편 선택했나

한국IBM은 지난해 사업 재편도 진행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하시코프 한국 주식회사 지분 100%를 취득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했고, 작년 10월 이를 흡수합병했습니다. 하시코프 한국은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프라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감사보고서에서 한국IBM은 이번 인수에 대해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IBM이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는 흐름이 한국 법인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하시코프 한국 인수가 영업이익 급감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감사보고서상 해당 인수는 동일지배 하의 사업결합으로 처리됐습니다. 인수된 순자산 장부금액은 6억4100만원, 이전대가는 13억7000만원이었고, 차액 7억2900만원은 인수 손실로 기타자본항목에 반영됐습니다.

현금이 부족해서 배당을 멈췄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IBM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68억4300만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313억원 늘었습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현금흐름도 148억4600만원에서 492억370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결국 한국IBM의 무배당은 단순한 현금 부족보다는 배당 재원 축소, 본업 수익성 악화, 구조조정 비용 증가, 사업 재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외국계 IT 기업 한국법인의 배당은 통상 본사로 이익을 보내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IT업계 관계자는 "한국IBM은 지난해 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2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흑자의 질도 세금 비용 감소에 크게 의존했다"면서 "IBM이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 법인도 당분간 배당보다 내부 유보와 조직·사업 재편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IBM 측은 "공시된 내용 외에 추가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