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메타(Hey Meta), 이 작품 설명해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최근 한국에 공식 출시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 '레이밴 메타'를 착용한 뒤 벽에 걸린 그림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을 걸었다. 2~3초 정도의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이 작품은 네덜란드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1889년 그린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라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이어 프랑스어로 적힌 여행지 표지판을 바라보며 뭐라고 써 있는지 물었고, 접시에 담긴 음식의 예상 칼로리를 측정해달라고 했다. 책 표지만 보고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AI 앱으로 번역을 요청하거나 따로 검색할 필요가 없었다. 안경을 쓴 채 눈앞의 장면에 대해 질문하면 카메라가 이를 인식하고, AI가 내용을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메타코리아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 사무실에서 글로벌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만든 AI 글래스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소개했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이미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900만대 이상 팔린 제품군으로, 국내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생성형 AI 경쟁이 챗봇·검색·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확장되는 가운데, 메타는 스마트안경을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AI 기기로 주목하고 있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안경이 회사의 비전인 '모두를 위한 개인화된 슈퍼인텔리전스(Personal Superintelligence)'를 실현할 핵심 기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안경은 AI를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자연스럽고 최적화된 방식"이라며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세상과 연결된 상태에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AI를 심도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보다 더 적합한 폼팩터(기기 형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타가 정의하는 슈퍼엔텔리전스에 대해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만이 아니고, 이용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개인의 목표나 관심사를 파악해 필요한 업무를 미리 수행해주는 똑똑한 비서와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써본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 제품은 일반 선글라스와 착용감이 비슷했다. '레이밴 메타'는 일상에서 쓰는 경량 뿔테 안경보다는 다소 무겁지만 장시간 착용해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클리 메타'는 스포츠에 특화된 제품 특성상 콧등이 눌리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최대 장점은 디자인이다.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를 내장했음에도 AI 안경의 외형은 레이밴·오클리의 대표 디자인과 거의 동일해 웨어러블 기기 특유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기술을 안경다리와 안경테 안으로 숨겨, AI 기기보다는 레이밴·오클리 선글라스에 유용한 AI 기능이 더해진 제품에 가깝다.
AI 안경을 쓰면 귀 옆으로 '띠링' 소리가 들리고, "헤이 메타"라고 호출하면 음성으로 질문을 해 정보를 얻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기기에 탑재된 1200만화소 초광각 카메라가 이용자의 시선이 닿는 장면을 인식하고, 메타 AI가 이를 분석해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안경에 내장된 메타 AI는 음성과 이미지를 깊이 이해하는 메타의 최신 AI 모델 '뮤즈 스파크'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오른쪽 안경다리 표면을 앞뒤로 쓸어 넘기는 방식으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고, 가볍게 눌러 음악을 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답변도 안경다리에 탑재된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이어폰 등으로 귀를 막지 않아도 비교적 또렷하게 들린다.
전반적인 사용 경험은 매끄러웠지만, 일부 체험존에서는 AI 특유의 '환각 현상(AI가 사실이 아니거나 없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오류)'도 드러났다. 식탁에 놓인 음식을 보면서 칼로리를 알려달라고 하자, 기기는 "이 음식은 모형으로 보입니다. 모형은 칼로리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접시에 담긴 빵과 샐러드는 모형이 아니라 실제 음식이었고, 삶은 계란만 모형이었음에도 AI가 전체를 다 모형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메타 측은 기기 성능과 한국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AI 안경도 점점 더 똑똑하게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메타는 AI 스마트안경의 발전 방향을 3단계로 제시했다. 현재 출시한 제품은 카메라와 오디오가 탑재된 1단계로, 일명 'AI의 눈과 귀가 달린'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2단계는 안경 렌즈에 디스플레이를 넣은 제품으로, 필요한 정보를 자막·이미지·지도 등의 형태로 실시간으로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가 2단계 제품이다.
마지막 단계는 증강현실(AR) 기반 AI 스마트안경으로, AI가 이용자의 주변 환경을 파악한 뒤 홀로그램 기능으로 가상과 현실을 함께 구현한다.
김 대표는 "이제는 안경 속에서 AI를 경험하는 시대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며 "2단계와 3단계 AI 글래스 제품도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 출시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한국에 출시된 '레이벤 메타'와 '오클리 메타'는 국내 백화점, 면세점, 안경원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두 제품의 가격은 69만원부터다. 무선 이어폰처럼 안경을 안경케이스에 넣어서 충전할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약 8시간 사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