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삼파스 시스코 보안사업부 AI 소프트웨어&플랫폼 수석부사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시스코 라이브 US 2026' 미디어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브리핑 화면 캡처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은 기존 대비 최대 400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른 인프라 병목은 점점 더 분명해질 것이다."

DJ 삼파스 시스코 보안사업부 AI 소프트웨어&플랫폼 수석부사장은 최근 열린 '시스코 라이브 US 2026'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AI가 단순 질의응답형 챗봇을 넘어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기업 네트워크와 보안,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코는 AI 에이전트 확산이 단순히 애플리케이션 사용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센터, 협업 체계 전반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대전환… 인프라 병목 커질 것"

삼파스 부사장은 "지금은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에이전트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동료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과제로 인프라 제약, 신뢰 부족, 데이터 격차를 꼽았다.

AI 에이전트가 늘어나면 기업 인프라의 복잡성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삼파스 부사장은 "어떤 업무를 어떤 모델, 어떤 액션, 어떤 도구와 연결할지 라우팅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며 "에이전트가 취하는 모든 행동은 다시 텔레메트리 이벤트가 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고 통제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스코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이다.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 운영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고, AI 에이전트가 장애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구조다. 운영자는 여러 대시보드를 오가는 대신 에이전트가 분석한 결과와 권고를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승인한다.

삼파스 부사장은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은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단일화된 AI 네이티브 관리 플랫폼"이라며 "AI 캔버스를 통해 사용자는 보안 제품, 방화벽, 네트워크 장비와 대화하듯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기업별 맞춤형 에이전트와 앱을 만들 수 있는 '클라우드 컨트롤 스튜디오'도 소개했다. 이 안에는 고객이 자체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에이전트 빌더'와 업무 흐름에 맞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앱 빌더'가 포함된다. 삼파스 부사장은 "고객들은 각자 환경과 워크로드에 맞는 맞춤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에이전트 빌더는 고객 조직의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에이전트를 학습시키는 기능"이라고 했다.

앱 빌더에는 오픈AI의 코덱스도 결합된다. 삼파스 부사장은 "오픈AI 코덱스를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 플랫폼 안에 넣어 각 고객 환경에 맞는 커스텀 앱과 워크플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초기 설계 단계부터 옵서버빌리티와 보안을 갖춘 애플리케이션과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십 년 전 네트워크로는 기업 AI 야심 지원 못해"

벤 도슨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지역 총괄 사장은 AI 시대의 인프라 현대화를 강조했다. 도슨 사장은 "AI 혁명은 이미 도래했고, 디지털 인프라는 경제와 비즈니스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 됐다"며 "수십 년 전 구축한 네트워크만으로는 기업의 AI 야심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슨 사장은 "고객들은 네트워크 현대화 수요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인프라는 처음부터 보안을 염두에 두고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보안을 나중에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네트워크, 컴퓨팅, 스토리지, 보안, 옵서버빌리티가 함께 작동하는 풀스택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투자 논의의 중심도 바뀌고 있다는 게 시스코의 진단이다. 도슨 사장은 "과거에는 AI 역량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주된 대화였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투자수익률(ROI)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화두가 되고 있다"며 "CIO 중심의 대화가 CFO 중심의 대화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네트워크와 보안, 데이터, 옵서버빌리티, 협업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해야 한다"며 "시스코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고객의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 "AI가 공격 속도도 높여… 취약점 패치 방식 바뀌어야"

톰 길리스 시스코 인프라·보안 그룹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AI가 보안 위협의 속도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길리스 부사장은 "프런티어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프라를 대규모로 운영하고 보호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처럼 취약점을 찾아 패치한 뒤 1년, 18개월, 2년 동안 그대로 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가 발전하면서 공격자는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악용하는 수단까지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며 "취약점 발견 시점과 실제 악용 시점 사이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런타임 환경에서 특정 프로세스나 파일 접근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보안 기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에 대한 접근 통제도 새 과제로 꼽혔다. 길리스 부사장은 "사람을 위한 접근 통제와 에이전트를 위한 접근 통제는 구분돼야 한다"며 "키보드를 치는 주체가 사람인지,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는 에이전트인지 식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를 회사의 '인턴'에 비유했다. 업무 수행을 위해 이메일과 내부 도구, 데이터 접근 권한을 줘야 하지만, 권한이 과도하면 보안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길리스 부사장은 "에이전트에는 사람과 별도의 비인간 정체성을 부여하고, 어떤 리소스에 어떤 업무를 위해 얼마 동안 접근할 수 있는지 정밀하게 통제해야 한다"며 "단순한 접근 제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 "운영자는 AI 에이전트 감독자 역할 맡게 될 것"

아누라그 딩그라 시스코 엔터프라이즈 커넥티비티 및 협업 부문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AI 시대 업무공간의 조건으로 보안 연결성과 협업 도구를 제시했다. 그는 "미래에 대비한 워크플레이스에서는 보안이 적용된 연결성과 효과적인 협업 도구가 모두 필요하다"며 "웹엑스 같은 화상회의·협업 도구와 네트워크 관리 기능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딩그라 부사장은 네트워크 운영에서도 AI 에이전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봤다. 그는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에서 운영자는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작업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에이전트가 최적화 방안을 제안하면 운영자는 네트워크 브리프와 루트코즈 분석, 리스크 점수를 확인해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도 AI 네트워크 운영의 핵심 도구로 언급됐다. 딩그라 부사장은 "라우터와 액세스포인트 같은 네트워크 장비를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구현해 테스트할 수 있다"며 "에이전트가 제안한 조치를 실제 네트워크에 적용하기 전 디지털 환경에서 영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전략도 제시됐다. 딩그라 부사장은 "기업 애플리케이션은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레이크, 액티브 디렉터리 등 여러 환경에 걸쳐 구축되고 있다"며 "이 모든 클라우드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에서 바로 실행 가능한 '멀티클라우드 패브릭(흩어진 인프라를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관리·보호하는 공통 연결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와 인프라 운영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네트워크는 단순 연결망이 아니라 보안·데이터·협업·운영 자동화를 아우르는 AI 시대의 기반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