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가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다. 애플은 차세대 시리를 오는 9월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이 3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새 시리는 아이폰 등 애플 기기 안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를 기본 구조로 삼는다. 애플은 이를 위해 제미나이 모델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내부에서 구동 가능한 소형 AI 모델을 만드는 '증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류는 대형 AI 모델의 성능을 작은 모델에 옮겨 기기 내 실행이 가능하도록 줄이는 기술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이용자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 다만 하드웨어 성능 제약으로 복잡한 명령이나 장문의 추론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애플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고난도 작업을 구글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혼합형 구조를 택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AI 칩과 기밀 연산 기능을 활용해 데이터 암호화와 보안 기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애플은 자체 설계 M시리즈 칩 기반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 서버로 AI 연산을 처리하려 했으나, 파라미터가 수조 개에 이르는 거대 모델을 구동하기에는 성능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과 생태계를 직접 통제해온 애플이 구글·엔비디아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오는 8일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 시리의 주요 기능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I폰 경쟁에서 삼성전자·구글 등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시리 개편이 '애플 인텔리전스' 전략의 반전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