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가 중고폰 반납 정책을 운영하면서 자회사 KT엠앤에스의 중고폰 유통 브랜드로 알려진 '리본'에 다른 인증 사업자보다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확인됐다. 대리점 평가 지표에도 중고폰 반납 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나, KT 본사가 영업망과 인센티브 체계를 활용해 자회사 쪽으로 중고폰 매입 물량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가 실제 영업 현장에서 작동할 경우, KT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고폰 매입업체보다 별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리본 반납을 우선 권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소비자가 기존 단말기를 더 나은 가격에 처분할 기회를 제한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대리점 평가에 '중고폰 반납 가점'… 리본은 건당 3만원 고정 지급

4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KT 내부 문건에는 '무선 정책 기본 운영 가이드' '소매 대리점 인프라·매출성장지표'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반납 정책' 등이 포함됐다. 해당 자료는 KT 영업망에서 단말기 개통, 요금제 유지, 부가서비스 유지, 중고폰 반납 실적 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지 설명한 문건이다.

문건 중 '소매 대리점 인프라·매출성장지표'에는 지표 항목 중 하나로 '중고폰 반납 가점'이 명시돼 있다. 자료에는 "매장 평균 3건 이상 반납 시 5P 지급"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중고폰 반납 실적이 대리점 평가와 인센티브 산정에 반영되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고폰 반납 가점 5P가 붙을 경우 무선 200건 판매 기준 100만원의 추가 수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도 담겼다. 같은 자료에는 매출성장지표 등급별 지급액도 제시돼 있다. 등급이 55P 이상이면 무선 건당 10만원, 65P 이상이면 15만원, 75P 이상이면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문건인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반납 정책'에는 반납 방식별 지원금 차이가 기재돼 있다. 자료에 따르면 민팃 반납 지원금은 중고폰 매입가와 매장 월간 매입 규모에 따라 건당 5000원에서 최대 2만5000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중고폰 매입가가 1만원 이상~10만원 미만이면 매장 월간 매입 규모와 관계없이 5000원이 지급된다. 매입가가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이면 월간 매입 3대 이상 매장은 1만5000원, 3대 미만 매장은 1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매입가가 20만원 이상이면 월간 매입 3대 이상 매장은 2만5000원, 3대 미만 매장은 1만5000원이 각각 지급된다. 반면 KT 자회사 중고폰 브랜드인 리본 반납은 10만원 이상 중고폰 반납 건에 대해 매장 월간 매입 규모와 무관하게 모두 건당 3만원이 지급되는 구조로 표시돼 있다.

◇ 일부 단말은 외부 평균가가 더 높아… "대리점 유인 구조가 선택권 제한"

KT 내부 설명자료에 첨부된 '보상 단가 비교' 표에는 일부 최신 단말에서 다른 사업자들의 평균 매입가격이 리본보다 높게 표시돼 있었다. 아이폰16 프로 매입가의 경우 리본이 82만원, 타사업자 평균 가격이 84만원이었고, 갤럭시S24는 리본이 37만원, 타사업자 평균 가격이 41만원이었다. 갤럭시S25는 리본이 47만원, 타사업자 평균 가격이 49만원으로 기재됐다. 다만 이는 특정 업체의 단가가 아니라 중고폰 안심거래 미인증 사업자 평균값으로, 평균 산정 방식과 단말 상태 기준은 문건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고폰 유통업계에서는 통신사 대리점이 고객의 기존 단말기를 매입업체에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매입업체들은 매일 중고폰 시세를 소매점에 고지하고, 소매점은 통상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고객에게 안내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별도의 판매수수료를 주는 업체가 있다면 중고폰 매입이 특정 업체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가 더 비싸게 중고폰을 판매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회사 중고폰 브랜드로 매입 시 본사로부터 대리점 평가 가점까지 붙고 있다면 특정 업체로 몰아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대리점에는 본사 지원금과 평가점수를 받기 위해 인증사업자 반납을 우선할 유인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더 높은 매입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외부 거래 경로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며 "소비자가 더 좋은 가격을 받을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 자회사 지원·차별 취급 논란도… KT "몰아주기 의도 아냐"

공정거래 측면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본사 정책과 영업망을 통해 자회사 브랜드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면 계열사 지원, 경쟁사업자 배제, 차별 취급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중고폰 시장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의 인증을 받은 안심거래 사업자가 40개 이상 존재한다. 미인증 업체 수까지 합산하면 수백 개로 추산된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소비자가 중고폰 매입시세 안내를 대리점 설명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KT가 중고폰 자회사로 매입 시 판매 인센티브와 평가 가점을 부여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비싸게 중고폰을 판매할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로 보여진다"라고 했다.

KT 관계자는 "해당 수수료 단가는 중고폰 사업자들이 책정하는 것이고 KT 대리점은 해당 단가가 지급되는 채널일 뿐이고, 리본 중고 매입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는 기종들도 다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의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도 활성화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인증사업자(리본, 민팃 등)를 통한 중고폰 반납 시 추가 수수료(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