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산업 지형을 바꾸면서 한국 기업들의 '컴퓨텍스'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과거 PC와 주변기기 중심 행사였던 아시아 최대 IT·컴퓨팅 전시회 컴퓨텍스가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로봇,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전시회로 진화하면서 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AI 반도체 기업들이 대거 대만을 찾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컴퓨텍스 공식 집계 기준 한국 참가 기업은 39개사다. 과거 PC 제조사와 주변기기 업체들의 행사 성격이 강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SSD, 첨단 패키징 장비,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설계, 생산, 패키징, 서버 제조 기업이 집적된 세계 최대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컴퓨텍스 역시 기술 전시회를 넘어 글로벌 고객과 공급망 파트너를 확보하는 비즈니스 무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이번 행사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한미반도체, 파두 등도 참가해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올해 컴퓨텍스의 핵심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Physical AI)'다. 생성형 AI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드론,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컴퓨터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작동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역시 이번 행사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서는 딥엑스의 행보가 눈에 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부터 컴퓨텍스에 참가한 기업 중 하나인 딥엑스는 올해로 4회째 행사에 참가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컴퓨텍스 스타트업 전시관인 이노벡스(InnoVEX)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단독 전시관을 운영하며 글로벌 양산 협력 생태계와 피지컬 AI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로봇, 스마트 인프라, 지능형 영상보안, 스마트팩토리, 스마트 헬스케어, 온디바이스 OCR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자사 AI 반도체가 적용된 사례를 선보였다.
특히 딥엑스의 AI 반도체 'DX-M1'은 자사 부스뿐 아니라 어드밴텍, 애즈락, MSI 등 30여개 글로벌 파트너사 부스에서 함께 전시됐다. 산업용 PC와 엣지 AI 시장을 중심으로 실제 양산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바이두와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과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양산 검증을 마쳤으며 올해 말 본격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피지컬 AI를 이야기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시장의 중심 화두가 됐다"며 "2030년쯤이면 누구나 피지컬 AI 시대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텍스는 세계 반도체와 ICT 산업의 중심 무대"라며 "기술력과 사업성으로 평가받는 시장이자 전 세계 고객들이 직접 찾아와 제품을 검증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고객에게 기술을 직접 보여주고 실제 비즈니스 협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딥엑스는 이러한 양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600억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딥엑스 외에도 국내 스타트업들은 컴퓨텍스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노벡스 한국관에는 XR 콘텐츠 스타트업 망그로브와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기업 비웨이브 등이 참가해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들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AI 경쟁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면서 메모리와 패키징 장비, 디스플레이, AI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컴퓨텍스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