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삼성전자 제공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IT·컴퓨팅 전시회 '컴퓨텍스 2026′을 계기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보틱스 시장의 개화 가능성이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봇 시장이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이어진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두 번째 수퍼사이클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는 로보틱스 시장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고객 기반을 넓힐 기회로 평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일부 대형 고객사의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이 흔들렸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시장이 커지면 AI 칩뿐 아니라 센서,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로보틱스 시장 확대에 맞춰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AI 칩 중심의 수주 전략을 넓히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주도해 로보틱스에 필요한 첨단 센서, 전력 칩, MCU 등의 위탁생산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영업과 마케팅 측면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활동 영역이 과거에 비해 2~3배는 더 넓어졌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광범위한 고객사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경쟁사인 TSMC의 생산능력이 사실상 한계치에 다다른 현 시점과 향후 1~2년을 신규 고객사 확보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틱스 시장의 특징은 로봇의 성능과 용도에 따라 필요한 반도체의 종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단순 산업용 로봇은 MCU, 센서, 모터드라이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휴머노이드에 가까워질수록 카메라, 음성, 촉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고성능 AI 칩과 저전력·대용량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로봇이 단순 자동화 장비에서 "움직이는 엣지 AI 서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휴머노이드 반도체 수요는 크게 로봇 본체와 학습 인프라로 나뉜다. 로봇 본체에는 전력 소모를 낮추면서 여러 센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온보드 AI 시스템온칩(SoC)과 LPDDR 계열 저전력 메모리가 필요하다. 반면 휴머노이드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센터에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시뮬레이션, 비전·언어·행동 모델을 구동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는 삼성 파운드리가 대형 첨단 고객을 확보할 새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용 AI 칩은 자율주행차용 AI 칩처럼 고성능 추론, 전력 효율, 장시간 구동 안정성이 중요해 4나노·2나노 등 첨단 공정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테슬라 차세대 AI6 칩처럼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를 동시에 겨냥한 칩은 삼성 파운드리가 노릴 수 있는 대표 사례"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한 회사 안에서 함께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용 AI 칩은 연산 성능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 패키징, 전력 효율이 함께 중요해진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첨단 패키징, 첨단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고객 맞춤형 AI 칩과 메모리를 묶어 제안할 수 있다. 다만 2나노 수율 안정화, TSMC 대비 고객 생태계 격차, 장시간 구동에 필요한 신뢰성 인증은 삼성 파운드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