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토끼를 사칭하는 사칭 사이트를 주의해달라."
최근 한 불법 웹툰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문이다. 이곳에서 웹툰을 열자 원작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의 '불법 캡처 및 유포는 범죄 행위'라는 경고 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아래에는 다른 '뉴토끼' 사이트의 로고와 함께 "이 이미지가 보이면 무단으로 퍼간 아류 사이트" "우리 사이트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다"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11일부터 불법 웹툰 사이트 긴급 차단 제도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뉴토끼가 폐쇄를 선언하면서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오히려 '진짜 뉴토끼'라고 주장하는 후속 사이트들이 생겨나며 이용자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뉴토끼 이름을 사용하거나 후계자를 자처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가 최소 4곳 이상 운영 중이다. 이들 사이트는 모두 주소명이나 홈페이지 로고 등에 뉴토끼 명칭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뉴토끼를 사칭하는 사이트를 주의해달라"는 공지까지 게시하며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불법 웹툰 사이트 차단을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저작권법 개정으로 정부는 불법 사이트를 우선 차단할 수 있는 긴급 차단·접속 차단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해 차단까지 최대 수개월이 걸렸지만, 이제는 불법 복제를 적발하는 즉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1일부터 제도 시행이 예고되자 뉴토끼와 연계 사이트들은 지난 3월 27일 선제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불법 사이트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웹툰 불법 유통도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뉴토끼 이름을 내건 A 사이트는 기존 뉴토끼 폐쇄 다음 날인 4월 28일 문을 열었고, B 사이트도 지난달 초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어 A 사이트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 사이트는 번역을 담당하는 '역자'와 편집을 담당하는 '식자'를 모집하며 백화점 상품권 3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고를 게시했다. B 사이트는 사이트 링크를 공유해 방문자를 유입시키면 1원씩 적립해주는 초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기준 가장 많은 링크를 공유한 이용자는 5만명 이상의 방문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사이트들이 빠르게 세를 불리면서 일각에서는 긴급 차단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1일 뉴토끼를 비롯한 34개 사이트에 긴급 차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운영자들은 기존 주소가 차단되면 뒤에 숫자를 붙인 새 도메인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이러한 탓에 뉴토끼를 표방한 사이트 외에도 수십 개의 불법 웹툰 사이트가 여전히 운영 중이다.
특히 주소가 바뀌더라도 텔레그램을 통해 새 주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용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A 사이트와 B 사이트의 텔레그램 채널 가입자는 각각 4만6000명, 7만명에 달한다. 또 구글 등 포털에서는 불법 웹툰 사이트 검색 결과가 그대로 노출돼 검색만으로도 접속이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웹툰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액은 4465억원으로 전년 3932억원보다 13.6% 증가했다. 2024년 기준 뉴토끼 한 곳으로 인한 피해액만 약 4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들은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와 해외 서버, 도메인을 빠르게 바꿔 가며 재등장해 온 만큼 접속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운영 조직 검거와 CDN·호스팅 사업자의 협조, 국제 공조, 범죄 수익 환수, 상습 침해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유사 사례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