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AI 산업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넘어 전 세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자사 컴퓨팅 인프라 위에서 구동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날 황 CEO가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이를 로봇·자율주행차 등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해지고, 이는 엔비디아의 인프라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날 현장에는 글로벌 IT 업계의 이정표를 확인하려는 취재진과 전 세계 정보기술(IT) 관계자 약 5000여 명이 집결했다.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입장 절차가 시작됐다. 행사장인 타이베이 뮤직센터 앞은 대기 인파로 가득 찼고, 글로벌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들 간의 좌석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오전 11시. 검은 가죽 재킷 차림의 황 CEO가 무대에 등장하자 청중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황 CEO는 연설 서두에 "오늘 이 자리에 나의 부모님과 가족들도 와 있다"고 밝히며 객석에 자리한 부친 시드니 황과 모친, 장녀 매디슨 황을 소개했다.
국내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최 회장은 맨 앞줄 VIP석 중앙 좌석에 착석해 연설을 지켜봤으며, 릭 차이 미디어텍 CEO를 비롯해 폭스콘 및 에이수스 등 대만 정·재계 핵심 파트너사 경영진과 함께 자리하며 글로벌 AI 연합 전선을 가시화했다.
황 CEO는 에이전틱 AI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연산 효율성이 기업의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는 '토큰 경제학'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그 지표로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허브(GitHub)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에이전트 AI 도입 이후 전 세계 개발자들의 코드 생산량(Commits) 규모가 2026년 초 기준 전년 대비 약 3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일각의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완전한 헛소리(complete nonsense)"라고 규정하며, 생산성 폭증이 오히려 기업의 엔지니어 채용 수요를 확충하는 선순환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연산 효율을 확보함에 따라 AI가 생성하는 아웃풋 자체가 직접적인 수익 단위(토큰)로 치환된다는 분석이다. 황 CEO가 연설 내내 "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이 번다(The more you buy, the more you make)"며 자사 인프라 투자의 정량적 경제성을 강조한 배경이다.
이러한 'AI 공장(AI Factory)' 비전을 받치는 차세대 인프라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은 이미 완전 생산(Full Production) 체제에 돌입했다. 황 CEO는 "베라 루빈의 공급망 규모는 이전 세대인 그레이스 블랙웰보다 두 배 커졌다"고 밝히며 메모리 공급망 명단에 "HBM4 메모리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공급한다"고 공식 명시했다. 차세대 가속기 시장의 핵심인 HBM4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 세계 무대에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함께 베일을 벗은 'VERA CPU'는 인텔·AMD 중심의 서버 시장을 겨냥한 엔비디아의 핵심 신제품이다. 황 CEO는 "기존 CPU는 인간 사용자를 위해 초(Second) 단위로 설계됐지만, 베라 CPU는 나노초(Nanosecond) 단위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만을 위해 바닥부터 새로 설계된 프로세서"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트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고 도구를 활용할 때 발생하는 연산 병목을 원천 차단해 자사 GPU의 가동률과 토큰 생산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엔비디아는 기업들이 독자적인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방형 소프트웨어 모델 '네모트론3 울트라(Nemotron 3 Ultra)'를 공개했다. PC 시장의 전환도 구체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미디어텍과 협력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칩 'RTX 스파크(RTX Spark)'와 'N1X' 칩을 선보인 황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PC를 다시 발명(Reinvention)할 것"이라며 개인 환경에서 에이전트가 상시 구동되는 새로운 PC 생태계를 제시했다.
연설 후반부는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솔루션이 채웠다. 엔비디아는 로봇용 기반 모델 '코스모스3(Cosmos 3)', 세계 최초의 추론형 자율주행 차량용 오픈 모델 '알파마요2(AlphaMayo 2)',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Isaac Groot)'를 연달아 공개했다. 알파마요2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의 80%가 참여하는 엔비디아 하이페리온(Hyperion) 생태계에 적용되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제 모빌리티와 로봇 공장 인프라 전반으로 아키텍처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역시 다각도로 부각됐다. 황 CEO는 HBM4 공급처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글로벌 파트너 사례로 네이버클라우드와 현대자동차를 직접 언급했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이 고성능 메모리 공급부터 클라우드, 그리고 전통 제조업과 모빌리티라는 국내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 전반에 중추 인프라로 안착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컴퓨텍스가 데이터센터 확장과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그 인프라 위에서 구동될 실질적인 상용화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완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엔비디아는 가속기(GPU)와 전용 CPU, 핵심 메모리를 아우르는 물리적 인프라 수직계열화에 이어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로보틱스 생태계를 종단으로 연결하는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칩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AI 산업 전반의 가치 사슬을 지배하고 이윤을 수확하는 거대 플랫폼의 청사진을 온전히 실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