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본사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성과 보상 협상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플랫폼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 대기업 노조가 요구해 온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산식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카카오의 영업이익 규모와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320억원이다.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면 약 950억~1025억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을 낸 글로벌 전자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10%대 요구라도 무게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 쟁의권 확보한 카카오 노조… "보상 격차가 영업익 배분 근거 되긴 어려워"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전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 회의에서 8시간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카카오 본사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됐다. 카카오 노조는 다음 달 파업을 예고했지만, 세부 일정과 방식은 추가 논의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가장 큰 쟁점은 성과급 보상 구조다. 본사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산입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노조는 회사가 실적 개선에도 보상 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본사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파업 가능성도 커졌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페이,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4개 계열사는 이미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모두 가결됐다. 카카오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동시에 파업 선상에 오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카카오 노조가 보상 격차를 문제 삼을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네이버의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4600만원, 카카오는 1억900만원이다. 카카오 직원 평균 급여는 네이버보다 3700만원가량 적고, 네이버의 약 75% 수준이다. 다만 카카오 직원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카카오의 평균 급여도 이미 1억원을 넘긴다. 업계 안팎에선 "네이버 대비 보상 격차는 노조가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 제조업처럼 생산 멈출 카드 없어… 사측도 AI 전략 설득 부족
업계는 카카오 노조의 파업이 삼성전자 사례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과 플랫폼 기업의 파업 압박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도체나 자동차 공장은 생산라인이 멈추면 납기와 공급망에 곧바로 차질이 생긴다. 반면 카카오는 서비스업 기반 플랫폼 기업이다. 실제 파업이 이뤄져도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가 당장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카카오 노조의 파업은 생산 차질보다 대외 상징성, 평판 부담, 내부 결속 약화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 메신저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창사 첫 공동 파업이 벌어진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실제 경영진을 움직일 정도의 실질적 타격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의 실적 개선 역시 곧바로 대규모 성과급 재원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와 비핵심 계열사 정리, 조직 효율화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플랫폼 업계 전반의 성장성이 둔화한 가운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미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카카오는 AI 전환에서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 AI 인프라와 인재 확보, 서비스 개편에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1000억원 안팎의 성과급 재원을 별도로 마련하라는 요구는 회사의 투자 우선순위와 충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조 요구가 미래 성장 동력보다 현재 이익 배분을 우선하자는 주장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이번 갈등을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만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 경영진 역시 AI 전환과 계열사 재편 과정에서 구성원과 시장을 설득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기감을 말로만 강조했을 뿐 어떤 사업을 키우고 어떤 조직을 줄일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카카오는 한때 모바일 플랫폼 전환을 이끈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신규 성장 동력 발굴보다 계열사 구조조정과 비용 관리에 더 많은 역량을 할애하고 있다. 노조가 현재 이익 배분을 앞세우는 사이, 사측도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서 노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고정 연동하자는 요구는 카카오의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지만, 사측도 AI 전환 이후 카카오가 무엇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번 갈등은 노조의 보상 요구뿐 아니라 카카오 경영진의 성장 전략 부재까지 함께 드러낸 장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