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파업 위기를 봉합한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사내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도출된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를 통과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터져 나온 사업부문 간 갈등의 파장은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8일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DS(반도체) 부문 중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와 비메모리 사업부, 그리고 DS 부문과 DX(완제품) 부문 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DX 부문 중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오랜 기간 삼성 반도체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왔지만 이번 사태 이후 임직원간 갈등이 커졌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협 요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사업부 간 갈등의 진원지는 성과급 형평성 논란이다. 이번 노사 잠정합의안에 담긴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메모리 사업부는 직원 1인당 최대 5~6억원 규모의 보상이 가능해진 반면, DX 부문 직원들의 보상은 600만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회사 배지를 달고 일하는 동료 사이의 격차가 100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투자와 성과의 인과관계가 무너지고 이에 따른 보상 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던 2022~2023년, DS 부문이 수십조원의 적자를 이어가던 시기에 삼성전자의 실적을 방어한 것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TV·가전으로 대표되는 DX 부문이었다. 특히 반도체가 흔들릴 때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건 스마트폰 사업이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으로 DS 부문에서 큰 이익이 발생하자 보상의 과실은 철저히 DS 부문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비반도체 부문 임직원의 사기 저하, 형평성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 '나우톡'에는 'DX 패싱' '근조'라는 표현이 담긴 글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노조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번에 몇억원 받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직원들의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반도체 내부에서도 이 같은 균열의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과 메모리 사업 회복 과정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의 기여가 작지 않았지만, 보상의 대부분은 메모리 사업부가 가져갔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파운드리 핵심 인력들이 '2등 대우'를 받는 사업부에 남아있을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합의가 일회성 지급이 아니라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잠정합의안에는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향후 10년간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갈등을 봉합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제도화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은 주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향후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 꺾이거나 DX 부문 실적이 반전되는 국면이 오면, 부문 간 보상 논란은 더욱 격렬한 형태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