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및 물류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재편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모델을 공략해 온 애플과 삼성전자는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유리해졌지만, 2020년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 자리를 지켜온 샤오미의 상황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샤오미는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이 전년보다 43% 급감하며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날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조정 후 순이익이 61억위안(약 1조3501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3.1%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올 1분기 매출은 991억4200만위안(21조9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다. 2023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역성장한 것이다.
샤오미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사업 부문 매출은 792억7700만위안으로 전년보다 14.4% 줄었다. 특히 1분기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은 전년 대비 12.5% 감소한 443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샤오미는 가성비 전략에서 벗어나 프리미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ASP)를 역대 최고 수준인 1310.1위안(28만9800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수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매출총이익률은 주요 부품 가격 상승과 중국 내 경쟁 심화로 작년 1분기 12.4%에서 올해 1분기 10.1%로 떨어졌다.
◇ IDC "올해 스마트폰 사상 최악의 해지만, 삼성·애플·화웨이는 성장"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샤오미는 올해 1분기 338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5대 스마트폰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샤오미의 위기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날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13.9% 감소한 10억9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사상 최악의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IDC는 내년에도 1.1%의 역성장을 예상했고,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는 2028년에야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5.5%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고 높은 가격대에서도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을 확장하고 중저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 올해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IDC는 내다봤다. IDC는 애플의 올해 출하량 전망치를 전년 대비 8.1% 하락에서 5.2% 하락으로 조정했다. 상향 조정된 배경에는 애플이 필요한 메모리를 일찍이 확보했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아이폰17 시리즈가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규모의 경제, 공급망 우위, 가격 결정력을 갖춘 애플, 삼성,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지만, 보급형 가격대와 신흥 시장에 집중된 안드로이드 브랜드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나빌라 포팔 IDC 수석 연구책임자는 "메모리 부족 사태가 주원인이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와 운송비가 오르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비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러한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치솟았다"고 했다.
◇ 샤오미, AI·전기차로 사업 다각화 노려… "튼튼한 내수 시장으로 버틸 것"
IDC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출하량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하며 고가 제품군에 집중해 스마트폰 ASP가 작년보다 100달러 오른 5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보급형 시장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억7000만대 이상의 출하량을 기록한 100달러 미만 시장은 높은 메모리 가격에 경제적으로 더 이상 존속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팔 수석 연구 책임자는 "마진이 낮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가장 민감한 200달러 미만 시장은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100달러 미만 시장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은 2028년 메모리 부족 현상이 안정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샤오미는 현재 '사람·집·자동차'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며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샤오미는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외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기 위해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 1분기 전기차 8만856대를 판매했다. 전 분기(14만5115대)보다는 44% 적은 수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6.6% 늘어난 수치다. 샤오미의 올 1분기 전기차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5.1% 증가한 190억위안(4조2041억원)을 기록했지만, 전기차와 AI 및 기타 신규 사업 관련 영업 손실은 31억위안(6859억원)에 달했다.
홍인기 경희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급이 원활할 때는 보급형 모델이 시장에서 통했겠지만, 이제는 가격 경쟁력보다 애플과 삼성전자처럼 공급망 관리와 로열티를 얻을 수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