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 쿠마 IBM 컨설팅 통신 ·미디어 산업 총괄 부사장이 1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해킹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사이버보안이나 IT에 투입하는 예산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라훌 쿠마 IBM 컨설팅 통신·미디어 산업 총괄 부사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IBM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공지능(AI)의 진화는 기업이 해킹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신사는 해커들이 어떤 선진 기술로 기업망을 뚫고 들어오는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요즘 해커들은 에이전틱 AI(자율적으로 판단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AI)를 활용해 공격한다"고 덧붙였다.

쿠마 부사장은 IBM 컨설팅에서 텔레콤·미디어 산업을 총괄하는 글로벌 책임자다. 전 세계 통신사업자(CSP)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전환 전략, 사업 기회 발굴, 산업별 솔루션 개발 및 실행을 이끌고 있다. 통신 산업에 대한 23년 이상의 컨설팅 경험을 보유한 그는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과 함께 디지털 전환, 수익 창출 및 청구 프로세스 혁신, 옴니채널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텔레콤 산업 분야의 생성형 AI 전략을 주도하고 있으며, IBM 내부 최고 수준의 산업 전문성을 의미하는 '인더스트리 다이아몬드' 배지를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 통신 3사가 AX(AI 전환)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AI라는 기술 자체가 아주 강력하다. 통신사는 오랜 시간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해오며 기술을 잘 활용하는 데 특화돼 있다. 내부적으로도 AI 도입을 빠르게 하고 있다. 한국 통신사들의 차별적인 잠재력은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통신사 중에 데이터센터가 본국에 없는 경우도 있다. AI 주권은 데이터, 인프라, 보안을 아우른다. 본국에 데이터센터를 확보했다고 해서 AI 주권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를 중요시 여기는 정부와 규제 당국과의 협업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전 세계 통신 시장을 AI가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나.

"IBM이 전 세계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AI가 통신 산업을 뒤흔들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본업인 통신 외 부문에서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통신사가 AI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소비자 △네트워크 △기업 부문이다. 소비자 측면에서 통신사는 고객이 의사소통한 고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면 판매 방식, 개인화, 신제품 출시에서 고객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통신사의 가장 큰 자산이다. 현재는 통신사가 수작업으로 도메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AI를 활용한다면, 네트워크 측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사가 됐든, 고객사를 대상으로든 AI를 도입한다면 운영 효율성이 크게 증대돼 수익을 얻을 것이다."

―AX 전환 시 중요한 점은.

"AI는 굉장히 변혁적인 기술이다. 잘만 이용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준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AI를 도입할 때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보안, 기업 문화 등 전사적으로 AI를 추진해야 한다."

―IBM도 AI 전환에 성과가 있나.

"2023년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2년간 AI로 20억(약 2조9442억원)달러의 수익을 내자고 했다. 당초 목표가 매우 컸다. 이는 결국 AI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기존의 사업 방식을 바꾸자는 것을 의미했다. IBM은 AI 전환으로 2년 내 35억달러(5조1523억원), 3년 내 45억달러(6조6244억원)의 수익을 냈다."

―통신사들이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통신은 가장 도전적인 상황을 직면한 산업 중 하나다. 서비스, 통화 품질, 가격, 미래 기능 측면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통신사 간 차별점이 크지 않다. 통신사가 성장할 방법은 마진을 늘리거나 수익을 늘려 이를 재투자하는 방법이다. AI는 보다 싼 비용에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 기술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마진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수익 측면에서도 아직 여력이 있다. IBM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그들은 자체 IT나 보안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투자 대비 수익만 확실하다면 통신사에 통합 AI 솔루션이나 보안을 맡길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통신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고객의 니즈(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의 약점을 파악해 이들의 니즈를 충족해줘야 한다."

―우주 기반의 비지상망이 통신사의 지상망을 대체할까.

"비지상망과의 경쟁은 소비자에게 매우 좋은 일이다. 지상망은 오지 같은 곳에서 연결이 끊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비지상망은 어디서든 연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셈이다. 현재는 통신사들이 비지상망을 직접 구축하기보다 외주로 협업하고 있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 비지상망에 허가를 내줘, 비지상망 운영 업체가 직접 통신사를 세울 수도 있다. 비지상망과 지상망은 경쟁과 협력을 같이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허가, 주권, 지연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