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 모습./뉴스1

삼성전자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찬반 투표가 개시 20시간여 만에 투표율 70%를 넘어섰다. 투표권 부여 기준을 둘러싸고 노조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찬반 의사 표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 노조)는 23일 오전 10시40분 기준 '2026년 임금·성과급 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참여자가 4만255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 중 이번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 수는 5만7290명으로, 현재 투표율은 74.27%다. 전날 오후 5시30분 기준 투표율은 57.40%(3만2882명)였다. 약 17시간 만에 9669명이 추가로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삼성전자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시작돼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결과는 투표 종료되면 투표한 조합원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된다"고 말했다. 투표권은 찬반 투표 개시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후 2시 노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조합원에게 부여된다.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하고, 이 중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이 가결된다. 부결되면 노사는 다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 노사 잠정합의안 교섭을 진행한 초기업 노조 소속 조합원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7만1075명이다. 그런데 선거인 수는 5만7290명에 그친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초기업 노조 규약상 투표권은 현재 권리조합원이면서 4월분 조합비를 자금관리서비스(CMS)로 납부한 조합원에게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권리조합원은 조합비를 정상 납부해 투표 등 조합 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합원을 뜻한다

초기업 노조 조합원은 DS(반도체) 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메모리 사업부가 약 2만4000명, 비메모리가 약 1만7000명이다. DS 공통 조직이 약 2만2000명, 고객서비스(CSS)사업팀 및 기타 조직은 약 1000명이다. DX(완제품) 소속 조합원은 약 8000명 수준에 그친다.

잠정합의안이 DS 부문에 보상이 집중된 구조라 DX 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는 DX 중심의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지난달 2200명 수준에서 투표 직전 1만2800명 정도로 늘었다. DX 직원들이 잠정합의안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자 동행노조에 대거 가입한 것이다.

그러나 초기업 노조는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투표권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초기업 노조는 동행노조가 지난 4일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를 통지해 참여 노조 지위를 상실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지난 20일 공동교섭단과 사측 사이에 체결된 만큼, 투표권은 체결 당일 공동교섭단에 참여한 초기업 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에만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잠정합의안 체결 당시 공동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동행노조 조합원에게 반드시 투표권을 줄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놨다.

잠정합의안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DS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해졌다. OPI 재원까지 합치면 DS 직원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의 12% 수준이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은 부문 40%, 사업부 60% 구조로 배분된다. 공통 조직 지급률은 메모리 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산정된다. 연봉 8000만원 기준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직원도 평균 2억원대를 성과급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과 고객서비스(CSS)사업팀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에 그쳤다. DX 부문이 올해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라 기존 OPI 규모 역시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사내 여론은 '메모리는 찬성, 비메모리는 찬반 혼재, DX는 반대'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업 노조에 DS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만큼 찬반 투표는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투표권 배제 논란과 사업부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동시에 불거진 만큼, 합의안 처리 이후에도 '노노(勞勞)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