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르완다 정부와 합작해 추진한 '4G LTE(4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사업에서 철수를 시도하다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25년 독점권을 기반으로 시작한 해외 통신 인프라 사업이 현지 정책 변화와 투자금 회수 분쟁으로 번진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3월 말 르완다 정부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KT 르완다 네트웍스(KT Rwanda Networks) 지분 전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은 보유 지분을 정해진 조건에 따라 상대방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KT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르완다 정부의 이의 제기로 현재 모리셔스 소재 국제중재기관 관할 아래 중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KT 르완다 네트웍스는 르완다에서 네트워크 설치와 관리를 하는 KT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다. KT 지분율은 51%다. 올해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자산은 1163억8000만원, 부채는 1593억10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같은 기간 매출은 52억4700만원, 분기순손실은 45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KT의 르완다 사업은 2013년 르완다 정부와의 민관 합작 모델로 시작됐다. 당시 KT는 르완다에 4G LTE 광대역망을 구축하는 합작법인에 투자했고, 르완다 정부는 광케이블망과 주파수, 도매 전용 사업 면허 등을 제공하는 구조였다. 사업 초기에는 르완다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고속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해외 인프라 수출 사례로 주목받았다. 핵심은 독점권이었다. 당시 합작법인은 LTE망 구축과 운영을 맡으며 25년간 주파수 독점 사용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망 투자 회수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 독점권이 사업성의 핵심 전제였던 셈이다.
하지만 르완다 정부의 통신 정책이 바뀌면서 사업 기반이 흔들렸다. 르완다 공공요금규제청은 2023년 KT 르완다 네트웍스에 부여된 4G 및 그 이상의 기술 서비스 관련 독점권을 제거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기존 면허가 르완다의 국가 브로드밴드 정책과 현행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규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담겼다.
독점권이 사라지면서, 르완다 현지 통신사와 다른 사업자의 4G망 직접 구축·운영이 가능해졌다. KT 르완다 네트웍스가 보유한 도매망 사업자로서의 지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KT가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한 것도 이런 사업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에서는 르완다 사례가 해외 통신 인프라 사업의 정책 리스크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파수와 망 인허가가 정부 결정에 좌우되는 통신 사업 특성상, 장기 독점권을 전제로 한 해외 투자는 현지 규제 변화에 따라 수익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재는 KT가 해외 통신 인프라 사업에서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지법인이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데다 르완다 정부가 풋옵션 행사 자체를 다투고 있어, KT가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할지는 중재 결과에 달렸다. 결과에 따라 관련 지분 가치나 회수 가능 금액을 다시 평가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KT의 풋옵션 행사 금액, 중재 청구액, 예상 일정 등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