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5시쯤 서울 용산구의 한 닌텐도 매장. 10분 넘게 서성이던 직장인 권모(30)씨는 빈손으로 매장을 나왔다. 매장 주요 매대에는 게임팩과 캐릭터 굿즈만 진열돼 있을 뿐 닌텐도 '스위치2′ 본체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가격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주부터 계속 매장을 돌고 있는데 재고를 본 적이 없다"며 "다른 곳도 다 품절이라는데 휴가를 내고 오픈런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 콘솔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가격이 오르기 전 제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스위치2 등 최신 콘솔을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미 가격이 인상된 플레이스테이션5(PS5) 역시 다시 가격이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 속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닌텐도는 오는 25일부터 닌텐도 스위치 시리즈 소비자가격을 인상한다. 기본 모델은 기존 36만원에서 41만원으로 약 13.9% 오르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델과 스위치 라이트 모델은 각각 12%씩 가격을 인상한다. 최신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2 가격도 오는 9월 오를 예정이다. 스위치1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인상될 경우 기본 모델 가격이 기존 64만8000원에서 70만원대 중후반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오른 데다 중동 사태 여파에 따른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콘솔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오프라인 매장은 스위치2를 찾는 소비자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이날 오후 4시쯤 방문한 용산구의 한 매장은 이미 스위치2 전 모델이 품절된 상태였다. 매장 직원 A씨는 "스위치2는 몇 주째 품절 상태라 입고 예정일 직전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고 시점을 알리고 있다"며 "들어온 물량은 바로 소진돼 일찍 방문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했다.
입고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매장 측은 리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스위치2를 1인당 1대씩만 판매 중이다. 그럼에도 공지가 올라오는 날이면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오픈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쯤 찾은 인근 대형마트 게임 코너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 직원 B씨는 "특히 오후 2~3시 입고 시간대에 문의가 몰린다"며 "들어온 물량은 대부분 당일 모두 소진된다"고 말했다.
가격이 이미 오른 플레이스테이션5(PS5) 역시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지난 1일부터 PS5 기본 모델과 프로 모델 가격을 각각 20만원, 18만원씩 올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수십만원대 가격 인상이 단행된 만큼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
직원 C씨는 "예상과 달리 가격이 오른 이후에도 구매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최고가인 프로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김모(44)씨도 "이미 가격이 오른 건 아쉽지만 기다리다 보면 메모리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사러 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안정화가 단기간에 쉽지 않은 만큼 향후 공급 물량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스위치2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적정한 수량의 본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