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다센 ASML CFO(왼쪽)과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 /ASML 제공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이끄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가 AI 붐으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한동안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로이터 통신의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푸케 CEO는 전날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개최된 반도체 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해 "AI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급망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산발적으로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주요 기업들이 ASML 장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투자를 수천억 달러 규모로 늘리고 있어 생산 인프라 확충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케 CEO는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인 대형 AI 반도체 생산 시설 '테라팹'과 스타링크 위성 프로젝트가 향후 칩 수요를 한층 더 자극할 요인으로 꼽혔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타링크가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하며, "AI 기기, 로봇, 자율주행차 등 모든 것이 결국 데이터 네트워크와 연결돼야 하며, 이것이 막대한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와 직접 대면한 사실도 밝혔다.

한편 ASML은 생산 효율 제고와 장비 출하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차세대 'High NA EUV' 장비의 로직·메모리 칩 양산 성능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조5천억 달러(약 2,1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규제의 고삐를 더 죄면 중국은 오히려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먹이가 없는 곳에 고립된 존재는 결국 스스로 살길을 찾게 마련"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