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 시점을 불과 1시간 반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최악의 파업 사태를 면했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로 긴장감이 감돌던 삼성전자는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막판 교섭을 벌인 끝에 '2026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서'에 전격 서명했다.

이에 따라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밤 조합원들에게 '투쟁 지침 3호'를 공지하고 "5월 21일부터 예정됐던 총파업을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총파업 강행을 선언하는 등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며 오후 4시부터 노사 자율 협상 형태로 교섭이 재개됐고, 막판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합의안의 가장 큰 핵심은 노사가 날을 세웠던 성과급 체계 개편이다. 노사는 기존 성과인센티브(OPI) 체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대한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롭게 신설하고 지급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 등의 10.5%로 구성된다. 특히 지급률의 한도(상한선)를 두지 않기로 해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재원 배분율은 DS부문 전체 40%, 각 사업부 60%로 정해졌으며, 스태프 등 공통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됐던 적자 사업부 조항에 대해서는 당해 회계연도에 적자를 기록할 경우 부문 재원으로 산출된 공통 지급률의 60%만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오는 2027년분부터 적용된다.

노사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의 적용 기간을 향후 10년으로 설정하고, 시기별로 구체적인 영업이익 달성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매해 DS부문 영업이익 200조 원을 달성했을 때 성과급이 지급되며, 이후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매해 영업이익 1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지급되는 방식이다.

지급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 및 2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보호예수' 조건이 명시됐다. 최고 임원급 이하 CL4(부장급) 직원의 경우, 업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률이 가감된다.

한편, DS부문 중심의 특별성과급 신설에 따른 사내 형평성을 고려해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 CSS사업팀에 대해서는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노사가 뜻을 모았다. 이 외에도 사측은 협력업체 동반 성장, 지역 사회 공헌, 산업 안전 등을 위한 재원 조성 및 운영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기로 했으며, 노조와 협의해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등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파업 직전 터져 나온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가 최대 위기를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잠정 합의안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투표 결과가 가결될 경우에만 최종적인 효력을 발하게 된다. 만약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총파업 가능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