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코리아와 PC방 업주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라이엇이 자사 유료 가맹 서비스인 '프리미엄 PC방 서비스'를 해지한 매장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의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업주들은 "사실상 혜택이 없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접속 자체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라이엇은 "PC방에서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상업적 이용에 해당하며, 프리미엄 PC방 서비스는 게임을 매장 내에서 상업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라이선스"라는 입장이다.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PC방 업주들로 구성된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은 전날 라이엇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라이엇이 프리미엄 PC방 서비스를 비활성화한 매장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자사 게임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공지하자, 해당 조치를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주요 게임사들은 PC방 업주들과 별도의 유료 제휴 계약을 맺고 있다. 이용자가 PC방에서 게임에 접속할 경우 유료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무료 게임이라도 가정에서 이용할 때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라이엇은 2011년부터 프리미엄 PC방 서비스를 운영하며 리그오브레전드 이용자들에게 모든 캐릭터(챔피언) 이용권과 의상(스킨) 등 혜택을 제공해 왔다. 업주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이러한 혜택이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유지해 왔다.
갈등은 지난해 11월 라이엇이 프리미엄 PC방 서비스 이용 요금을 약 15%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라이엇에 지급하는 서비스 이용료가 매장당 월 150만~200만원 수준에 이르는 가운데 일부 업주들이 요금 인상에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전체 PC방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여 곳이 서비스를 비활성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게임 접속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점이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는 무료 게임인데, PC방에서 제공한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요금을 내지 않으면 이용 자체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PC방 게임 통계 서비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두 게임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약 43%에 달한다. 업주들은 두 게임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줄어들 수 있어 프리미엄 PC방 서비스 가입이 사실상 강제된다고 입을 모은다.
업주들은 아울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객 유치 효과를 체감할 만한 혜택은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주장한다. 리그오브레전드 서비스 초기에는 모든 챔피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혜택으로 꼽혔다. 그러나 출시 16년이 지나면서 대부분 이용자가 주요 챔피언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제공되는 스킨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넥슨의 'FC온라인'처럼 게임 내 수수료 감면 등 이용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라이엇의 서비스는 체감 효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남궁영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비스를 강화하지도 않으면서 요금만 올리니 반발이 생겼고 일부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비활성화를 선택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엇은 돈을 내지 않으면 게임을 끊겠다는 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엇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프리미엄 PC방 서비스가 단순히 스킨이나 경험치 같은 부가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PC방 사업자가 자사 게임을 매장 내에서 상업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 이용료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PC방이 이를 고객에게 제공해 수익을 얻는 것은 별도의 상업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라이엇 관계자는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 보안, 운영 지원, 인건비 등 PC방 서비스 제공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서비스 범위도 리그오브레전드 중심에서 발로란트, TFT, 2XKO 등으로 확대해 왔다"며 "이 같은 인프라 투자와 게임 라인업 확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PC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PC방 업계는 이번 사안을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2021년 3월 9886개에서 올해 3월 6695개로 32% 감소했다. 업주들은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높은 게임의 이용까지 제한될 경우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주들의 반발은 라이엇의 국내 수익이 상당 부분 미국 본사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미국 본사에 게임 지식재산권(IP) 사용 대가로 2025년 로열티 1331억원을 지급했다. 로열티 규모는 2022년 927억원, 2023년 1195억원, 2024년 122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2025년에는 IT 서비스 등 용역 대가로 1003억원, 배당금으로 620억원을 본사에 지급했다. 이를 합치면 지난해에만 본사로 송금된 금액은 총 2954억원에 달한다.